특집-우리 집 식탁은 어때요?

엄마 손수건을 접었다 폈다 하며 꽤 오래 앉아 있는 아이, 크래커를 우물거리는 태평한 얼굴의 사내아이, 할아버지 무릎 위에 작은 자동차를 굴리는 아이.
긴 모임 시간을 나름대로 이렇게 견디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그려지는가. 가끔 밖에 나갔다 오기도 하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인내하는 이 아이들은 실제 아미시(Amish, 개신교의 한 종파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전자 기기 등 현대 문명을 제한하며 전통 방식의 농축산업으로 생활해가고 있다) 공동체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모습이다.
14살부터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아미시 청소년들은 사회생활에 근면 성실함은 물론이고 일에 의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칭찬 받는다.

어떤 육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육아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세레나 밀러, 폴 스터츠먼 지음)를 통해 아미시 가정의 육아를 살펴보니, 한 세대 전 우리의 농촌 육아와도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달콤한 음식을 먹은 후 아이들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날뛴다고 세레나 밀러는 말하며 특히 아이들 생일 파티가 지난 다음 날 그렇다고 했다. 그녀는 그 원인을 질이 나쁜 영양이 가져온 행동 변화라고 보며 식생활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우선 아미시는 직접 키운 채소와 우유로 식사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 만큼 ‘누구와 어떻게 먹는지’에 중요함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 부모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고, 함께 식사할 때 돌아가는 요리 접시는 ‘위로의 음식’이 되어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좋은 맛으로 이름난 치킨 수프, 갓 구워 나오는 빵과 수제 파이는 특별한 요리방법보다 신선한 재료와 올바른 생활 자세가 만든 소중한 가치였다.

음식 만드는 일에 다섯 살짜리도
세레나 밀러가 이들 집을 방문해 국수를 만들던 날 이야기다. 식사할 인원이 점점 많아져 마음이 복잡한데 아미시 가정 다섯 살 막내까지 발판에 올라서서 참여하는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가야’ ‘꼬마야’ 하면서 ‘저리 나가 줄래?’ 하는 말을 삭이는데 두 번째 반죽을 하려 하자 그 아이가 달걀을 나란히 꺼내 놓더라는 것이다. 한편 다른 자매 아이들은 냅킨과 은 식기류를 놓고 물컵에 물을 따르면서 서로 애칭이 아닌 이름을 정중히 부르며 어린 막내까지 함께 일하는 일원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어머니한테 나중에 ‘집안일을 몇 살부터 하게 하느냐?’ 물었더니 두 살이라고 하며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일 목록을 알려주기도 했단다.

식탁에서 배우는 예절
이들은 특별한 음식이라 해서 ‘이게 좋아. 더 먹어’라고 앞서 말하지 않고 스스로 양을 정하게 하고, 아이들도 채소에 물을 주고 뜯어오는 일을 했기에 더 친근하게 음식을 대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시스템에서 음식은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가 먼저 뜨고 손님이 있을 때는 손님 먼저 존중하는 습관을 들이게 해 기다리고 배려하는 것을 식탁에서 배울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이들은 특히 고린도전서 5장 11절 “음행을 일삼거나 탐욕을 부리거나 우상을 숭배하거나 남을 중상하거나 술 취하거나 약탈한 자와는 상종하지도 음식을 함께 먹지도 말라”는 말씀을 따라 음식을 함께 하는 자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아미시 침묵’이란
아미시 가정에서는 남을 깎아내리는 말을 유머로 오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거기에 말 내용 못지않게 어조에도 주의해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라 하는데, 이런 정신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는 ‘아미시 침묵’이 나왔다고 한다. 어른들의 대화에서도 요즘의 빠른 말투나 쉬지 않고 이어가는 말하기 습성과 달리 질문과 대답 사이, 말하는 중간에 잠깐씩 쉬는 시간을 갖는 아미시 침묵을 중시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이가 말할 수 있도록 더욱 말을 자주 멈추고 기다려주기, 특히 식탁에서 대화를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를 잘 가르치는 것이 선교라고 하는 이들, 그 가르침엔 식탁 문화, 음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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