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에서도 풍요로웠던 ‘그날의 풍경’ 회복해야

크리스마스 새벽, ‘새벽송’ 돌던 기억이 난다. 조를 나누어 교회 성도들 집 문 앞에서 성탄찬양을 불렀다. 추운 바람이 코끝을 얼려도 함께 하는 것이 좋았고, 반겨주는 모습이 좋았다. 준비해 두었던 귤, 초코파이 등 선물은 지역의 보육원 및 어려운 이들에게 전해졌다.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어려운 시절이었는데도 풍요로운 크리스마스 풍경이었다.
“요즘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진짜 안나.”
12월이 되면 정말 많이 듣는 말.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롤 듣기가 어렵고, 보안과 소음이란 이유로 새벽송을 돌기가 어려워졌다. 크리스마스 메시지는 SNS로 대체되어 크리스마스 카드가 거의 없어질 상황이 되었다. 이유는 타당하지만 뭔가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는 자린고비 구두쇠로 크리스마스 전날 밤, ‘크리스마스 유령’을 따라 자신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얼마나 베풀지 못하고 살아왔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의 모습은 스크루지와 얼마큼 떨어져 있을까. 쉴 새 없이 달려오느라 가까운 사람을 비롯해 도와야 할 사람들을 잊고 살면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기 예수가 ‘우리들’ 때문에 이 땅에 오셨듯이 우리 역시 ‘우리들’을 보듬고 돌봐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될 때,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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