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숲을 거닐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이 토닥토닥 다투었습니다. 그러다가 토라져서 서로 등 돌리고 잠들었지요.
정확히 누가 잘못을 했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체력이 떨어지면 어른들도 아이들도 날선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하곤 합니다.
귀가해보니 집을 비운 사이 찬 기운이 집에 가득했습니다.
“아, 너무 춥다. 추워.”
동생의 말을 듣고 옆에 앉아 있던 누나가 동생 목을 자신의 팔로 감싸 안아줍니다.
“어때? 이제 따뜻하지?”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 못할 때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이런 사과의 말을 누가 먼저 건네야 할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냥 다가가서 안아주고 상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게 더 지혜로운 방법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용기 있는 모습”이라 말해주었습니다.
또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기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면 아이들은 가끔 편지를 씁니다. 그래서 집안 구석구석에 아이들의 편지들이 가득 있습니다.
“누나는 하루가 끝나고 네가 잠든 걸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 오늘, 더 사랑해 줄 걸, 더 안아줄 걸,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이런 생각 말이야. 누나가 너에게 잘 대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서로의 다른 모습을 이해하고 끌어안아주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용서와 용기를, 사랑을 배워갑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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