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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의 비밀
[227호] 2018년 12월 01일 (토) 박태수 @
   
엘리나를 소개합니다
엘리나는 또래 아이들 중 가장 활달해 보였습니다. 전형적인 장난꾸러기, 수다쟁이 어린아이입니다. 아이들과 놀 때도 남자 아이들과 몸을 부딪치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런 아이로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서 여장부로 커갈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그런 성격이 태어나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지금 환경이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엘리나와 함께 사는 식구들은 아이들 10명, 할머니, 양어머니 포함해서 모두 12명입니다. 모두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닙니다. 세 가정의 아이들이 같이 모여 사는 데 모두 부모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집에서 이 모든 식구들이 같이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양어머니가 학교에서 일하여 받는 월급이 유일한 수입입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10명의 아이들이 모두 숲속에 있는 밭에 가서 일을 해 최소한의 양식을 재배해야 합니다.

세 가정이 함께 살게 된 이유
좁은 방안에 10명의 아이들이 생활을 하니 싸움이 끊이질 않습니다. 가장 자주 싸우는 원인은 창문옆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 입니다. 창문 옆에는 햇볕이 들어와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공부와 숙제를 할 수가 있고 밤이 되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별을 보며 엄마, 아빠도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엘리나의 부모도 3년 전, 한창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곳을 휩쓸고 지나갈 때 목숨을 잃었습니다. 에볼라가 시작되자 마을 사람들은 말라리아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바이러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은 죽음의 병이었습니다. 강력하여 걸리기만 하면 다 죽었습니다.
마을에는 빈집이 늘어갔고 흉흉한 분위기가 이곳을 점령했습니다. 학교도 폐쇄가 됐고 시장도 모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땀을 통해서도 전염이 된다고 알려져서 사람들이 모이거나 접촉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습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아주머니의 비명 소리가 집밖에서 들렸습니다. 엘리나는 밭에 가져갈 도구들을 챙기느라 부엌에 있다가 비명 소리를 듣고 마당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마당에는 엄마가 쓰러져 있고 옆집 아주머니가 몇 걸음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었습니다. 엘리나는 엄마를 부르며 달려갔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엘리나의 손목을 잡아끌며 엄마를 만지지 못하게 했습니다. 엄마가 쓰러졌는데 아주머니가 왜 방해를 하냐며 울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끝까지 엘리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습니다.

엄마 아빠, 안녕
그리고 얼마 후 아빠가 달려왔습니다. 아빠는 마당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진 엄마를 일으켜 세우려 했습니다. 엄마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아빠는 어떻게 해서든 방으로 안고 들어가 안정을 취하게 하려고 한 듯합니다. 바로 그때 UN에서 파견된 의료팀들이 도착했습니다. 동네의 리더들과 이웃들도 같이 따라 들어왔습니다. 엘리나 집은 순식간에 동네 사람들로 북적였고 의료팀은 분무기로 하얀 가루를 열심히 뿌려댔습니다.
아빠와 그 의료팀 직원들이 몇 마디 대화를 하더니 엄마를 들것에 실어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아빠도 같이 데려갔습니다. 아빠는 엘리나를 돌아보며 큰 미소만 짓고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갔습니다. 아빠가 어디를 가면서 그렇게 손도 한 번 잡아주지 않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모든 게 이상하고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엘리나는 엄마, 아빠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 직원들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떠난 엄마와 아빠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을 어른이 무슨 종이를 한 장 갖다 주고는 그게 엄마, 아빠라고 했습니다. 엘리나는 엄마, 아빠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양어머니가 와서 동생들과 함께 자기를 그 집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 아빠가 그 죽음의 병, 에볼라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엘리나는 밤마다 흐느껴 우는 동생들 때문에 항상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동생들이 너무 슬프지 않도록 더 수다를 떨고, 더 활달하고, 더 씩씩해져야 한 겁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 지역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를 하고 축제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엘리나는 아직도 그 에볼라의 후유증을 앓고 있고 그것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 꼭 오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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