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마음을 가지고
우기 철이라 메콩강 수위는 최고치에 이르렀습니다. 황토 빛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물살이 얼마나 센 지 올라가기는커녕 저 남태평양 어디쯤으로 금방 떠내려갈 것 같은 위대한 힘이 느껴집니다. 이 강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건만 이렇게 마음 졸이기는 처음입니다. 마음이 착잡하니 강물 탓을 하는 것이겠지요.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안 가고 싶다는 혼잣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사역자와 둘이 작은 보트에서 내려 마을에 올라가면서도 돌아서서 가고 싶은 충동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가서 만나야 할 공산당위원장, 지독하게도 그리스도인들을 싫어하는 마을 지도자들과 마주앉아 정면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입에서는 ‘주여~ 주여~’가 연신 흘러나오고 여기서 잘못되면 나뿐만 아니라 이 마을 성도들도 어찌될지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에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술이 잔뜩 취한 원로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공산당위원장 집에가 마주앉게 되었습니다. 어두컴컴한 조명보다도 분위기가 더 어두웠고, 손님이라 애써 친절한 척 대했지만 언제든 본색을 드러낼 것 같은 그들의 위세에 정말 숨이 가빠왔습니다.
공산당위원장이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기독교인을 싫어하는 건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고, 모든 마을 주민의 원하는 바라서 어쩔 수 없이 이 마을에서는 기독교인을 허락할 수 없다는…. 여기저기서 원로들의 추임새도 잇따르고 하나같이 먹잇감을 앞에 둔 하이에나처럼 날카로운 공격을 해왔습니다. 그 모든 말을 다 못 알아듣길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너무 힘들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그때 술이 잔뜩 취한 원로가 우리가 둘러앉은 방안 한가운데로 비틀거리며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이런 엄숙한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계속 떠들어댔습니다. 사역자가 말을 시작하면 말을 끊었고, 공산당위원장이 한창 열변을 토할때도 끊고 주정을 부리며 최악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지금 몇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는 담판인데 이렇게 방해를 하다니….
어느덧 모임은 술이 취한 이 원로만 바라보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고 혼자서 떠들어댔습니다. 공산당위원장도 어찌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원로들도 그냥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끝났다고 여겼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어느 순간 방안의 지도자들이 그 술주정뱅이 원로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동의를 해 주었습니다. 옆에 앉은 사역자에게 상황을 물었습니다. 장황한 일장 연설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랬습니다.
“신을 기쁘게 하면 우리도 좋은 건데 뭐가 문제야?”
“그 사람들 어릴 때부터 우리 식구들이었고, 내 자식 같은 사람들이야. 왜 이렇게 못살게 굴어? 그 사람들 다 쫒아내면 우리만 더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그 사람들 신이 노해서 우리 다 망하면 누가 책임질래?”
“여기서 수 십 년 같이 살면서 서로 돕고 그랬잖아. 이제 그만하고 서로 돕고 살자.”
술주정뱅이 원로의 완전한 판정승이었습니다. 다른 원로들도, 그곳에 앉은 다른 지도자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다보니 눈물이 쏟아진 겁니다. 이렇게도 쓰임 받는구나….

그날 밤 우리는 한식구가 되었습니다. 그분들의 숙원사업인 학교 건물도 같이 건축하기로 하고 세 명의 사역자가 책임지고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예배도 중단 없이 드릴 것이고 원한다면 쫓겨났던 일곱 가정도 다시 돌아올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메콩 강변에 서서 감사기도를 드리는데 이런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한다고 그랬지…?’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