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가족 '받아들이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의 ‘받아들임’ 이야기

차별적 시선과 정체성 혼란으로 어려워하는 자녀들과 자신이 외국인임을 미안해하는 부모 사이에 서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다문화가정이 있다.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 이들이 서로에게 아픔이 되도록 차별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떻게 돌이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일 것인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떠난 ‘멋진 여행’
영화 <완전 소중한 사랑>을 제작한 바 있는 영화제작사 옐로우래빗 김대선 대표는 2년 전부터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다문화가정 아동을 돌보는 모자이크 지역아동센터를 한 달에 두 번은 꼭 찾아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이 출연한 뮤지컬을 보게 되었던 것.
그렇게 시작된 만남, 2016년 아이들과 함께 단편영화 <국, 영, 수>를 제작했다. ‘국영수’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내용으로 센터 아이들이 직접 출연했다. 처음에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던 아이들, 지금은 친구가 되었다.
“아이들이 어려운 마음을 갖는 것이 사실이지요. 어렸을 때 한 번 정도 방문한 엄마의 나라, 외갓집은 멋진 외국이라기보다는 가난한 시골인 경우도 많았을 테니까요. 또한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한국인이 아닌 엄마와의 언어, 문화의 장벽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기도 하고 엄마와의 사랑을 느끼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른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6명의 학생과 배우 엄수정 씨가 엄마의 고향, 베트남을 4박 5일간 여행하는 시간을 갖고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가제 <우리가 더 미안해>로 엄마가 어릴 적 즐겨 먹던 간식 ‘쩨’을 먹는다거나 엄마가 가보고 싶었으나 여건상 가볼 수 없었던 휴양지 나트랑을 찾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유명 연예인 하리원과 베트남 최초 사회적기업인 KOTO의 설립자 지미팸(문상철) 등을 만나고 돌아왔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아이는 풀죽은 소리로 이렇게 고백했다.
“친구들이 그랬어요. 너희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니까 너도 베트남 사람 아니냐고. 외국사람이니까 너희 나라로 가라고….”

베트남 국영채널인 VTV4와 공동제작 되어 베트남 현지에서도 방영 예정인 이 다큐멘터리는 후반 작업 중이며 올해 상반기쯤 상영할 계획이다.
베트남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혼혈’이라고 많은 놀림을 받았던 하리원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희들과 똑같은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잖아. 그래서 난 누구보다 너희들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해. 너희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으면 좋겠어.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야. 오히려 그 다르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한국 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었단다.”

한 아이는 여행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난 괜찮아. 다른 애들이 뭐라 해도 난 창피하지 않아. 부끄럽지 않아.”

힘들었던 순간은 있었겠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사실인 것이다. ‘받아들임’의 경험을 갖게 될 때, 가족은 모두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 수 있고, 미래를 향해 걸을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편견에 스러지지 않고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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