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마침표, 찍어가는 것

생전 장례식, 엔딩노트 쓰기 등 마무리 위한 노력들

사람들은 대개는 비슷한 모습, 보편적인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나 좀 다르게 찍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마음이 담긴,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광고 하나는 모두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10월 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보니 예상치 못하게 담낭암이 발견됐습니다.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직 기력이 있을 동안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제가 모임을 개최하려 합니다.”
건설기계로 유명한 대기업 고마쓰의 전 사장 안자키 사토루 씨는 “남은 시간 삶의 질을 우선하겠다. 약간의 연명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방사능 치료와 항암제 치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며 “1961년 고마쓰 입사 뒤 퇴임한 2005년까지 40여 년 동안 신세를 진 이들 그리고 퇴임 뒤 여생을 같이 즐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생전 장례식’에 지인들을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안자키 씨는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고.

이런 생전 장례식은 일본에서는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뜻의 ‘슈카스-종활’(綜活)문화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7.7%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인데다가 출산율 마저 낮아 고령자들이 스스로 장례식부터 유산 정리까지 준비해 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생전 장례식은 주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목적이 크며 사후에는 가족과 친지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장례식을 갖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밖에도 미국의 한 전직 초등학교 교사는 암으로 시한부 삶을 거의 마무리할 때쯤 친척과 지인을 초청하여 애창곡을 부르며 추억을 나누었다. 그 교사는 “죽음에 대면하는 용기를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마음을 전했다.

엔딩노트 쓰기
이렇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별을 준비하여 생의 마침표를 찍으려고 하는 노력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국의 10대 말기 환자들에게 ‘나의 선택지’(Voicing My Choice)란 엔딩노트를 적기를 권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는 것. 최초로 성인 환자가 아닌 청소년 환자와 부모에게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이 엔딩노트는 웰에이징 비영리단체인 ‘존엄하게 나이 들기’(Aging With Dignity)가 제작한 것으로 시한부 청소년들이 남은 시간에 집중할 일들을 선택하고 실제로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생의 끝을 준비해가게 하고 있다. 주요 질문으로는 아래와 같이 관계의 마침표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의견도 내놓게 한다.

- 나에게 힘과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 나를 잘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가족과 친구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감사의 말이 있는가?
-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디에서 맞이하고 싶은가?
- 매장, 화장 등 어떻게 장사를 치르길 바라나?
- 내 장례식을 내가 계획하길 바라는가?
- 내 장례식에서 읽어주길 바라는 게 있는가?
- 내가 용서를 받거나 용서를 하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는?


엔딩노트란 인생의 마지막 장을 맞이하여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과 희망을 가족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성되는 노트로, 보통 자신의 역사와 재산 관리, 인생 말기에 사용하는 정보 관리-연명 치료에 관한 사항, 장례 형태 등, 남은 삶의 계획, 긴급상황 발생시 도움 되는 정보 등이 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개봉된 영화 <엔딩노트>는 일본에서 말기암으로 떠난 한 샐러리맨 출신의 가장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스나다 도모아키는 건강검진으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자 꼼꼼한 성격을 발휘해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만든다. ‘의견은 모으되 결정은 내가 한다’는 자기 방식대로. 그리고는 일생일대의 마지막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예를 들어 △평생 믿지 않던 신을 믿어보기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 가기 △손녀들과 한 번 더 힘껏 놀기 등 리스트를 작성해 이행하고 자신의 장례에 연락할 지인 리스트와 연락처까지 적어둔다. 그리고 임종 직전 노모에게도 전화를 걸어 인사를 전한다.
“오랫동안… 오랫동안… 고마웠어요. 어머니보다 먼저 가서 죄송해요. 다들 도와드릴 거예요. 장례식은 조용하고 간단히 할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마지막 목록인 ‘쑥스럽지만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지킨다. 가족 모두를 물린 후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시간을 가진 뒤 그는 떠난다.

영화 속 죽음을 앞둔 그가 가족들에게 질문한다.
“사람은 왜 죽는 걸까?”
그 질문에 어린 손녀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왜 그러냐면 한 살부터 백 살 까지 살면 하나님이 만든 몸이 점점 낡아가는 거예요. 책처럼 점점 낡아져서 죽는 거예요. 당근도 심어서 예쁘게 컸는데 오래되면 시들잖아요. 꽃처럼.”

인생의 책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진짜 마침표를 끝까지 제대로 찍으려면 결국 감사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길밖에 없다. 특별한 이벤트가 어렵다면 말 한마디만이라도 제대로 전하고 마침표를 찍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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