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도에 속지 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흰 토끼는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바쁘다, 바빠!”
지금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바쁘다를 외치는.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왜 이렇게 시간이 없는 것일까.
OECD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하고, 통근·통학시간은 가장 긴 나라.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수면시간은 OECD 최저 수준.
너무 바빠서 ‘시간 빈곤’에 빠진 사람이 노동인구의 42%나 되는 나라.
얼마나 우리가 시간 때문에 불행한 지를 말하려 함이 아니다. 또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간을 ‘사용’해야 훨씬 더 생산적인지 기술을 알려주려 함도 아니다. 시간을 ‘다르게’ 다스릴 수 있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시간을 다스리려면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안데스 산맥에 사는 인디언 부족, 아이마라족들은 과거를 물으면 시야의 앞쪽을 가리킨다.
과거의 사건들은 이미 한 번 경험했으므로 볼 수 있는 앞쪽에 있고, 미래의 사건들은 알 수 없으므로 등 뒤에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며,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친구를 화내지 않고 평온하게 기다릴 수 있다.

시간의 속도에 속지 않고, 시간을 도둑질하는 흐름에 ‘NO!'라고 말할 수 있으며, 용기 있게 살아갈 때 시간이 주려고 했던 인생의 선물들을 오롯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시간을 ‘다르게’ 다스려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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