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히말라야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교회로 가는 길입니다. 얼마 전 힌두 추종자들이 교회와 목회자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과격파들은 건물 주인을 협박해 교회를 쫒아내기까지 했습니다.
당장 예배드릴 공간이 없는 교회를 위해 길을 재촉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버스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도로가 막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워낙 고산을 넘어가야 하는 여정이라 길이 막히는 것은 다반사이고 시간이 걸릴 뿐 기다리다보면 다시 버스가 출발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결국 기차를 타고 가기로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기차도 버스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정시간보다 5시간이 지체된다는 방송이 나오더니 잠시 후에는 7시간으로 늘어나고 다시 10시간으로 멀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북쪽지역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나 도시가 마비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기차역에서 만난 부부
혹시나 하는 미련 때문에 기차역을 떠나지 못하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낡고 오래된 올드 델리역인데 그곳에는 어울리지 않게도 햄버거 매장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좁은 매장 안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뜨겁고 습한 열기를 피할 수 있는 곳은 그곳이 유일했기에 넘쳐나는 사람들 틈 속을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자리 하나를 찾았습니다.

옆자리를 차지한 젊은 부부는 평균보다도 더 허름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길거리에 서 있으면 구걸하는 걸인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옷차림이었습니다. 부부는 한참동안 낮은 목소리로 언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시에 나온 아내에게 남편은 도시스러운 햄버거를 사주겠다 하고 아내는 별로 달갑지 않아 했습니다. 남편도 그렇지만 아내는 분명 이런 햄버거 매장을 생전 처음 들어와 본 것이 분명했습니다. 안절부절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습니다.
부부가 장시간 실랑이를 이어가자 자꾸 눈이 갔습니다. 한참을 실랑이하던 부부는 결국 남편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당당하게 주문 카운터로 갔고 잠시 후 햄버거를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들고 온 식판 위에는 덩그러니 햄버거 한 개만 있었습니다. 남편은 햄버거를 아내 앞에 내려놓으며 세상을 다 정복하고 귀환한 용사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아내에게 얼른 먹으라는 남편과 혼자서는 못 먹는다는 아내의 기 싸움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이긴 듯합니다. 결국 둘은 마주보고 앉아 햄버거 하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습니다. 남편도 아내 앞에서는 큰소리쳤지만 이게 익숙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하도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떠듬떠듬 해석된 대화의 조각들을 모아보면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부부는 시골에서 대도시를 방문하고 다시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남편은 몇 번 도시를 방문했었고 햄버거도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내는 대도시가 처음이었습니다. 남편은 시골로 내려가기 전에 아내에게 햄버거를 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왜 돈을 쓰냐며 화를 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아내에게 어쩌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햄버거를 꼭 먹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햄버거 두 개를 살 여유는 없어서 아내를 위해 하나의 햄버거만 샀던 것입니다.

부부는 하나의 햄버거를 입이며 코에 다 묻히고 먹었습니다. 생전 처음 햄버거를 먹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한없이 만족스러워 했고, 아내는 금방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정말 행복해 했습니다. 황소 한 마리를 다 잡아다 주어도 저렇게 행복해 할 수 없을 겁니다.

자리를 떠나면서 그분들의 세 자녀를 위해 햄버거 3개를 사서 보따리 속에 넣어 주었습니다. 내가 주는 행복의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님 만나서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면서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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