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억한다는 것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잊히더군요. 오히려 몸이 아파왔어요. 이유도 없이 여기저기. 상담가가 ‘기억을 제대로 다 한 후, 그것을 재해석하고 제 자리에 갖다 넣어야지, 무턱대고 잊으려고 하면 탈이 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상처 입은 기억은 그냥 잊히지 않는다. 제대로 기억하고, 제대로 해석한 후 마치 서랍에 빨래를 개어 넣듯이 각각의 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는 것. 그것은 개인의 기억이든, 사회의 기억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픈 기억일수록 빨리 잊어버리라고 주위에서 종용한다. 도대체 그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되짚어보는 과정이 다 안 지났는데 기억하려고 하면 속 좁은 사람 취급을 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내게 핵심이 되는 문제는 기억할지 말지가 아니었다. 나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고, 기억해야 마땅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독교적 감수성에 의거해 처음부터 이렇게 묻고 있었다. ‘나는 가해자를 사랑하고 선으로 악을 이기기로 다짐한 사람으로서 내가 당한 학대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자신의 저서 <기억의 종말>에서 이렇게 물었다. 기억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특집 ‘기억한다는 것’을 준비하며 기억을 왜 해야 하며, 성경은 어떻게 명령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기억할 때 어떻게 치유되는지 등을 담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올바르게 기억하고 복기할 때 새로운 미래를 제대로 맞이할 수 있으리라. 섣부른 망각이 아니라 화해를 위한 기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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