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인도 중북부 지역에 마을 교회를 개척한 사역자가 있었습니다. 개척 훈련을 받고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 교회를 개척한 사역자였습니다. 그는 지역에 들어가 열심히 전도했고, 인근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가정교회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한창 교회개척에 집중하고 있을 즈음, 그는 현지인 목회자를 지원하겠다는 한 해외의 교회로부터 매월 후원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재정 후원을 받게 되자 사역자는 해오던 농사를 그만두고 사역에만 집중할 수가 있었고, 인근마을마다 교회를 개척했다고 했습니다.
후원교회는 계속 프로젝트를 만들며 사역자에게 진행을 요구했고 그는 결과물들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와의 연락은 소원해졌고, 사역이 커지고 열심히 한다는 소식만 사람들을 통해 간간이 전해들을 뿐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새로운 사역지를 개척하느라 그 인근 지역을 방문하게 되어 오랜만에 만나 격려하려고 사역자가 사는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해보니 사역자의 전화기는 꺼져있고, 소재를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간신히 소재를 찾았는데 사역자가 이미 오래전 도시로 떠났다는 소식만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머리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났다던 놀라운 소식들이 거짓이었나?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여러 사람들을 만나 그의 현 소재지를 파악해 도시로 찾아갔습니다. 지치고, 의욕이 사라져버린 그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도 제 품에 안겨 흐느껴 울었습니다.
소박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말로 다할 수 없는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해외 교회의 지원을 받으며 놀라운 부흥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마을마다 교회를 개척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는 2년여를 지원하고 갑자기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후원에 의지했던 그는 갑자기 생존의 위협을 받아 막노동 일을 하며 하루하루 일당을 받아 생활해야 했습니다. 주말이면 사역하던 마을로 들어가 예배를 인도하고 성도들을 격려하며 말씀을 가르쳤지만 하나 둘씩 교회를 떠났고 교회들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자립할만한 지도자들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 자율적으로 교회를 지탱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입니다.
사역자는 얼마 전에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고, 그 죄책감의 멍에를 혼자 지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선교를 위한 헌금. 약(藥)이라고 생각하고 주었는데 결과적으로 독(毒)을 준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생존 가능하고 자립하는 교회를 만들어가는 것, 우리가 목숨을 걸고 가고 있는 이 길을 확증해 주시는 주님의 채찍처럼 느껴졌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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