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거리가 있는 편이라 출근시간이나 등교 시간보다 조금 일찍 움직이는 편입니다. 그러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온유가 양말을 신으려 현관에 앉았습니다.
“온유야 늦을 것 같아. 빨리빨리.”
온유가 양말을 신다 말고 나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아빠, 재촉하면 더 빨리할 수가 없을 때가 많아.”
어른스러운 표정과 말투에 놀라서 다음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온유야 그러면 천천히, 느리게.”
“아빠, 그러면 정말 느려져서 늦는단 말야.
이럴 때는 내가 알아서 할게.”
내게는 아직 아기 같은데 벌써 앞에서 끌어야 할 때를 지나 옆에서 친구처럼 걸어야 할 때가 가까워졌나 싶습니다.
매일 성실하게 자라는 아이에게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문화예술 아카데미 Tiissue 대표, 매거진 <Band-aid>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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