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지배자들에게 쫒겨난 후에도 야망 잃지 않아...

우리나라에 광개토대왕, 세종대왕이 있다면 영국에는 유일하게 ‘대왕’ 호칭을 받은 알프레드대왕(871~899년)이 있다. 그는 왜 유일한 ‘대왕’이 될 수 있었을까.
당시 잉글랜드 상황은 여러모로 참담했다. 교육은 무시되고, 법은 힘을 잃었으며, 교회는 위기에 처했다. 더군다나 왕국의 해안은 치명적 전투력을 지닌 바이킹의 약탈로 모든 것이 황폐화되고 있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해 줄 지도자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었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 웨식스의 왕 알프레드. 그러나 그도 바이킹 지배자들 앞에선 도리 없이 습하고 위험한 늪지로 쫓겨났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열망을 품었다. 주목할 것은 통치 교훈을 백과사전이 아닌 ‘삶’ 속에서 얻었다는 것이다.
섬 외곽을 침울하게 거닐던 알프레드는 한 가난한 양돈가 농가에 들어가게 되었고, 농가의 주인과 아내는 알프레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반갑게 맞아주며 쉴 곳을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자신의 고통에 몰두해 있던 알프레드는 주인 아내가 굽고 있던 빵이 타고 있던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연기 냄새를 맡고 나타난 주인 아내! 주의 깊게 빵을 지켜보지 않은 알프레드를 꾸짖었다. 알프레드는 “감히!”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가장 천한 대접을 받는 백성의 꾸중을 겸손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더 주의를 기울이겠노라고 맹세한다. 그 순간부터다. 알프레드가 잉글랜드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기억 될 ‘씨’를 심기 시작한 것은.
알프레드는 왕국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가졌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도자다. 국가의 번영이 물리적인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공공 건설, 통상 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렇게 거시적 안목을 가진 지도자의 통치 아래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500 페이지를 훌쩍 넘긴 책을 읽다보면,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때론 낙심하면서, 그러나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전진했던 한 인물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아르곤이나 영화 <알렉산더>에 묘사된 알렉산더 대왕과 오버랩(Overlap)된다. 그리고 마침내 꿈꾸게 된다.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에 탁월한 리더십 모범을 보이는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또 내가 그런 사람 되기를….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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