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남편과 디자이너 아내가 함께 만든 주방용품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공유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함께 '가치 찾기'에 힘쓸 때 남편과 아내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함께 가치를 따라가며 성장하는 한 부부의 인터뷰를 싣는다. - <편집자주>


남편의 변화
한 부부가 있었다. 건축가인 남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는 남 보기에는 별 문제 없이 살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함께 교회도 다니고.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변화되었다.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단순한 건축가가 아닌 전 세계 어려운 이웃들의 주거환경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변화시켜주는 봉사의 일을 나서게 된 것.
그러나 아내가 당황 한 것은 정작 다른 부분이었다. 주 안에 거듭나면서 이전 잘못에 대해 남편은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하며 용서를 구하는데, 그게 아내에게 ‘힘듦’으로 다가온 것이다.
“예수님은 용서하셨는데 저는 용서가 안 되더라고요.” 밤에 잠을 못 자며 고민하는데 하나님께서 빚진 자 비유를 선명하게 생각나게 하셨다.
“너무나 강하게 깨닫게 하셨어요. 아, 나도 죄인이구나, 나는 용서 받았는데 내가 용서 안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 새벽, 남편에게 화해하자고 했다.

아내의 변화
1999년 건축선교회로 시작하여 지금은 국제 전문인 도시건축 봉사단(BaMI-Builders as a Mission International, www.bami.kr, 본지 180호 게재)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 천근우 대표(YCH-예천건축사사무소 소장)와 이금란 대표(아이앤씨 인터내셔널)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의 신앙이 계속 깊어지자 제가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저는 제가 복 받는 것에만 관심 있는 이기적인 신앙인이었거든요. 한 번은 아이티에 지진 났을 때 봉사하러 가겠다는 남편을 만류했어요. 왜 당신이 그 위험한 곳에 가야 하느냐고요. 그랬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하고 아이티로 떠나더군요.”
‘당신이 이 땅에 살면서 현실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실 하나님 앞에서는 꿈이고 오히려 꿈같은 것들이 현실이라면 어떻게 할 것예요? 그러면 우리가 나중에 가야 할 곳이 각각 다를 수 있어요.’
이금란 대표는 그때 또 다시 신앙의 씨름을 하게 되었다. 내 신앙은 도대체 무엇이고, 나는 왜 예수님을 믿으면서 세상을 못 놓는지에 대해서. 어느 날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신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누가 들을까봐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 틀어놓고 울었어요. 제가 돌아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주님 음성이 들렸습니다. 너무 죄송했어요. 그때부터 제 삶에 변화가 생겼어요. 애매모호 했던 것이 아주 확실해 지고 주님의 공급하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펭귄이가 탄생하다
함께 사역하기를 몇 해, 이 대표는 남편이 더 많은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배운 것이 인테리어 디자인이고, 남편은 건축가니 특별한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봉사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이앤씨 인터내셔널이고, 첫 제품이 바로 주방 조리도구 펭귄이(www.penguinifamily.com)다.
“주방에서 조리도구들을 쓸 때 보관도 위생적으로 안 되고, 예쁘지도 않다고 생각했어요. 꽃처럼 예쁘고, 컬러풀하고, 자석이 있어서 손쉽게 붙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지요.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래, 그럼 우리가 한 번 같이 만들어볼까?’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펭귄이’다. 남극에 사는 황제 펭귄들이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를 위해 허들링을 해주는데 거기에서 착안하여 펭귄 다섯 마리가 마주보고 서 있는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컬러풀한 디자인과 아래쪽에는 자석을 넣어 세울 수도 있고 금속으로 된 모든 곳에 탈부착이 가능하며 눕혀도 바닥에 닿지 않아 위생적인 것. 게다가 인체에 무해한 폴리아미드를 사용해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조리도구를 만들었다.
“요즘 갈수록 가족 사이에도 평온함을 느끼지 못하지요. 펭귄이를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 구성원 속 자신의 자리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런 독특한 디자인은 결국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지난 3월 2016 제품 디자인 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이 일에 대해서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신 것 같아요.”

누군가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함께 쳐다보는 것이라고 했다. 천근우·이금란 대표 부부도 그렇게 한 곳을 쳐다본다. 하나님께서 ‘부부 리모델링’을 시켜주셨다. 그렇게 새롭게 세워진 관계 위에서 성장하는 부부는 또 다른 가정들의 회복을 꿈꾸고 지지하며 오늘도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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