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에 여름에서 가을로 쑥 건너와 버린 날씨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이 급격한 변화에 불현듯 시간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되네요. 수명이 길어졌다고 해서 ‘오늘’의 시간이 길어지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 같은 것 말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남용’한 회한도 없지 않은 깨달음이겠지요.

지금 인생 후반을 맞은 세대는 풀어놓을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들려주고픈 대상, 들어야 할 다음세대는 지금 ‘들을 귀’가 없습니다. 아니, 그럴 겨를이 없습니다. 낙오되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그 대열에 서서 달리느라고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소통의 시대에 우리는 세대 간의 단절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고, 해법은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소통부재의 상황은 지금 뿐만이 아니었지요. 늘 ‘경청’이 부족했습니다. 자업자득이라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소통의 물꼬를 트겠다고 목소리 높여봤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먼저 인식한 이들이 자기에게서 해법을 마련해가야 하겠습니다.
자기회복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기 내면을 바라보고 추억하고 씻어내면서,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습니다. 평생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부터 자신만을 위해 살고 열심히 놀겠다고 선언하는 노년들을 다소 이해하면서도 생경스러움을 느낍니다. 이제 자기의 세대가 어느 지점이든지, 삶을 유연하게!

그래서 저희는 감사학교 다음 버전으로 <회고록 쓰기 학교>를 개설합니다.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잘 사는 것(wellbeing)을 강조하던 시대를 지나,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welldying)의 시대이더니, 이제는 잘 나이 듦(wellaging)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배려하며 포용하며 품격을 지니고 살아가는 삶의 모델을 다음세대가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세대에게 주어진 숙제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삶의 존재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자리를 만들고, 품격 있는 삶으로 제대로 나이 들면서 거울 앞에 서서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이번호 특집 ‘나이듦’과도 친해 보셔요.
아름다운동행과 함께 하는 여러분의 마음이 상큼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높푸르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마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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