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840만 그루, 사막과의 싸움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황사의 주요 발원지인 중국 내몽고 자치구에 지난 15년간 묵묵히 나무를 심어 온 이들이 있다. 초대 주중대사를 역임한 권병현 대표가 이끄는 사단법인 미래숲(未來林)과 한·중 청년들이다. 실제 사막을 체험해보면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지만, 몰아치는 모래폭풍도 그들을 막을 순 없었다.

15년 전 내몽고 쿠부치 사막에는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모래바람이 뒤덮으면서 두 가구만 남기고 마을사람 모두 살길을 찾아 떠나버렸다. 그런데 중국정부도 포기한 이곳에 한국의 ‘미래숲’이 나무를 심으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벌레가 오고, 도마뱀이 보이고, 토끼와 여우가 돌아오고, 들쥐가 구멍으로 넘나들며, 새가 오고 매가 날고, 관광객이 오고,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왔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권병현 대표는 “희미하지만 그림이 그려졌다”면서, “운 좋게도 처음 나무를 심은 지점이 인간과 사막의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에 가장 좋은 최적지”라고 회고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이곳을 막지 못하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까지도 철수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권 대표가 중요시하는 두 축은 ‘환경’과 ‘관계’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막화된 지역을 다시 살리는 일과 더불어 문화교류, 청년협력을 통해 신문명을 이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5년간 ‘나무’도 심고, ‘관계’도 심었는데 이제 가시적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금년엔 일본까지 함께 했다.
겸손히 심은 한 그루 나무가 생태문명으로 커가고 있다. 기후변화시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진 희망의 메시지다.
2016년도 외교부 공공외교 협력 사업으로 진행된 제15기 녹색봉사단은 국내외 대학생 및 30대 직장인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주중한국대사관 한중우호수호천사단, 산림청,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등 다양한 기관과 환경일보를 비롯한 언론에서 100여 명이 후원단으로 함께 했다.
녹색봉사단은 지난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중국 내몽고자치구 쿠부치 사막에서 중국 공청단 단원들과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모교인 칭화(淸華)대학에서 ‘한중일 청년포럼’에 참여하는 등 한중 청년 간 우호 증진을 위한 다방면의 교류 활동을 전개했다.
권 대표는 “민간에서 시작된 양국 청년들의 자발적 환경 협력이 한중 우호를 상징하는 전 세계적 토지황폐화 방지 사업으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도 우리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과 진정성을 협력의 기초로 삼을 것”이라 밝혔다.

Tip! 내몽고 쿠부치 사막
내몽고 자치구는 1945년 중국에 편입되어, 47년에 소수민족자치구로 지정되었다. 남으로는 8개성, 북으로는 몽골 및 러시아와 접경하는데 석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과도한 개발과 방목 등으로 인한 사막화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쿠부치 사막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직선 거리로 550㎞ 떨어진 이동형 사막이다. 한반도로 불어오는 황사의 40% 이상이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미래숲은 2006년부터 이곳에 한중우의림(韓中友誼林)을 조성해왔다.
이를 위해 중국 공청단과 협약을 맺고, 지난 2002년부터 약 2,500여명의 한중 녹색봉사단을 배출했으며, 이들은 쿠부치 사막 2,700ha 대상지에 840만 그루를 식수하는 등 지구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이자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꿈의숲교회 집사. 아름다운동행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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