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아름다운공동체’가 살아가는 법

“로잔 언약에는 ‘풍요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구제와 복음 전도에 기여하기 위하여 간소한 생활양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말은 시장에서 유혹적인 광고로 눈앞에 제시되는 많은 사치품을 사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러한 것들이 본질적으로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선한 청지기가 되고 또 가난한 자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한 삶을 살려는 목적 때문이다.
간소함은 경건한 만족의 결과다. 만족한다는 것은 생활의 기본적인 필요을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낭비와 허영을 거부하는 것, 창조의 선한 것을 향유하지만 그것들을 탐내지 않는 것이다.”
헤르만 몰데즈(필리핀 IVF 운영위원회 위원장)가 자신의 책 <가난과 부>에서 한 말이다.

간소한 삶을 선택하다
크리스천이 단순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단순함’ 그 자체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이웃들을 사랑하기 위해 간소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크리스천으로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간략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밀양의 아름다운공동체(cafe.daum.net/missionvision). 1991년 장애인을 돕기 위한 선교회로 시작되어 지금은 2개 가정이 포함된 10여 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며 밀양 지역 100여 명의 장애인들을 돕고 있다. 다락방교실(화요 장애우 모임), 반찬 나누기, 사랑의 김장 나누기, 장애우 봄·가을 나들이, 이·미용봉사, 목욕봉사, 장애우 여름·겨울 캠프, 사랑의 수화교실, 사랑의 찻집행사, 장애우 학습지도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그러나 다양한 사역에 비해 아름다운공동체가 살아가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른 아침 일어나 말씀을 묵상한 후 1식 3찬의 소박한 밥상으로 식사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농사를 함께 짓고, 저녁식사 후에는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사역은 특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상 가운데서 이루어진다. 회지에 실린 지난 가을 이야기를 잠깐 들여다보면 ‘아,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남들에게 농사짓는다고 하기엔 부끄러울 만큼 손바닥만 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산 중턱에 있는 감나무 밭에서 감을 수확하여 평소 저희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도 하고요.
그리고 텃밭에서 옥수수, 들깨, 콩, 고추 등을 수확한 후 양파와 마늘 파종을 했는데, 한스 할아버지부터 네 살배기까지 모두 따가운 가을 햇살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즐거운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노동으로 몸이 파김치가 된 날은 하나님께서 이 사람, 저 사람들을 통하여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셔서 피로도 풀게 해주셨습니다. 하루일과를 끝내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말씀을 통하여 새 힘을 얻습니다.
식사 후에는 악기를 꺼내어 음악회를 가지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었고, 감, 옥수수, 고구마 등 땀 흘려 농사지은 것으로 간식을 먹으며, 오순도순 정다운 시간을 보낼 때면 천국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절약하는 검소한 삶 통해 이웃돕기
공동체의 삶은 단순해도 전국 각지에서 알음알음 후원이 들어오고 또 방문객들도 찾아온다. 지금까지 전혀 정부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는 공동체는 1년에 한 번 모금을 위해 일일찻집을 여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녀가는 이들이 1천명이나 된다. 어떻게 그럴까? 작지만 꾸준히 장애인을 돕는 삶을 동네 사람들이 다 알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동체는 그렇게 들어온 후원금을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40% 이상 또 흘려보낸다. 냉난방은 그래서 당연히 안 한다. 지금이야 몇 년 전 거실에 난로 하나를 기증받아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찬 방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잠이 든다. 에어컨도 여러 대 기증 받았으나 모두 시골교회에 기증했다고.
TV가 생긴 지도 얼마 안 된다. 그 후원금이 어떤 후원금인데 자신들을 위해 쓸 수 없다는 것. 당연히 새 옷을 사 입는 일도, 새 신발을 사 신는 일도 없다. 중고물품을 쓰는 것이 자랑스럽고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내 누릴 것 다 누리고, 어떻게 다른 이들을 도우며 살겠냐고 묻는다.
“지구상의 6명 중 1명은 굶주림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생산량이 부족해서가 아닌 탐심에 이끌리는 누군가의 넘침 때문입니다. 우리의 식탁은 탐심과 넘치는 과식이 아니라 절제와 감사로 풍성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식탁의 풍성함은 배고픈 이들에게 나눔으로 이어지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마땅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자족하는 삶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집에서 재워주고 하는 것을 보고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게 공동체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하는 박신원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2001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유럽의 신앙 공동체를 탐방하게 되었는데,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도전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작은 자들에게 생색내기 차원이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병들고 가난한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하나님께 예배하는 삶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건물을 구입할 당시에 돈 한 푼 없이 그저 하나님의 은혜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인간적으론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음을 부어 주셨습니다. 시편 23편 말씀처럼 부족함이 없는 생활 속에 있는데 그 이유는 살림살이가 넉넉해서가 아니고, 우리와 함께 하신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처럼 ‘자족하는 삶’을 추구하게 된 것.
“올해 소망은 매년 그렇듯이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잘 가려하지 않는 좁은 길을 가기 원합니다. 앞으로도 바라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세상의 헛된 것에 욕심 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소박한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렇다. 단순한 삶은 결국 집중된 삶이기도 하다. 사랑하며 살겠다고 집중하는 순간 삶은 단순해진다.
전화 : 055)355-2183

인터뷰 / 한스 위르겐 호브자(Hans-Juergen Hobusa)

독일에서 온 한스 할아버지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의 전부”


아름다운공동체에는 벌써 함께 살아온 지 만 5년이 되는 특별한 손님이 있다. 독일 크리스천 공동체인 벧첼공동체에서 온 한스 위르겐 호브자 씨(74세)는 특별한 손님이지만 가족이기도 하다. 아름다운공동체가 매년 유럽 크리스천 공동체 탐방을 가는데 그때 만나게 되어 이제는 한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우리 한스 할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일하세요. 얼마나 열심히 일하시는지 몇 십 년 동안 해결이 안 되었던 동네 쓰레기도 다 치우셨어요. 30봉지나 되는 쓰레기를 중에는 30년 전 깡통도 나오더라고요.”
한국말이 서툴러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장애인을 돌보고, 함께 예배하고, 밥 먹고, 농사짓고, 아이들과 놀고.
“독일에서의 삶과 별 다를 게 없어요. 그곳에서도 이렇게 똑같이 살았거든요.”
독일이나 한국이나 상관이 없다. 간소하게 사랑하며 살겠다는 삶의 태도가 똑같다.
“믿음의 영역은 그룹마다 조금씩 집중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랑하면 ‘다름’의 차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다 같은 존재이며,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성실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집중해서 살면 정말 평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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