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지구환경 위해 손잡을 때

‘기후변화시대와 지속가능 발전’을 강의할 때 청중들에게 묻는다.
“언제 행복하세요?”
재미있는 것은 성별에 따라 대답이 다른 것이다. 남성들은 월급이 올랐을 때나 상사로부터 인정받았을 때처럼 성취중심인 반면, 여성들은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친구들과 여행할 때처럼 관계중심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인정받음(사회적), 돈(경제), 건강(환경)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행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지속가능해야 함이 전제된다.

1960년대 초 대한민국은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검은 연기가 뿜어 나오는 공장 사진을 정부청사 복도에 걸고 ‘미래 희망’이라 불렀다. 198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항쟁하는 민주화운동 가운데 환경문제가 부각되었지만, ‘개발과 보존’간에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경제 우선에 대한 부작용으로 성장과 환경 간에는 신뢰가 허물어졌다.

한편 경제 위주의 발전에 한계를 느낀 세계도 1992년 브라질 리우에 모여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논의했다. 이것은 우리의 삶도 중요하지만, 후손들도 잘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으로 공평히 할당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규모를 유지하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후 10년이 지나고 다시 10년이 지난 2012년 리우에 모여 돌아보아도 성과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다시 내린 결론은 개별 국가만의 힘으로는 어려우니 함께 가야 한다는 것으로, 2016년부터 2030년까지를 기한하는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에 합의하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대응, 생태계 보호와 보존, 양질의 교육, 도시와 에너지, 깨끗하고 안전한 물과 위생 등 지속가능한 상호보완적 성장모델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가 행복하기 위해 지속가능 발전목표들을 추진하는데 최대 변수는 ‘기후변화’다. 서울도 최근 10년간 0.3도 상승하는 등 2050년 아열대기후로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이렇게 방치할 경우 21세기 말 적어도 3000조원 이상 경제적 손실을 예상한다. 이에 작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자발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및 이행점검 등 모든 국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처절한 수고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국 내몽고 쿠부치 사막 인근에 살던 주민들은 날로 황폐해지는 사막화를 견디지 못해 떠나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한 환경단체가 불어치는 모래바람 속에서 나무 한그루를 심기 시작한 이래, 14년이 지나면서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사진 위). 600만 그루를 심은 가운데 400만 그루 정도가 활착에 성공하며 나무가 자라고 벌레, 도마뱀, 새, 여우, 매가 나타났다. 그러자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오자 중국정부가 감격하고, 유엔이 인정하는 생태문명의 현장이 된 것이다.
이렇게 지속가능 발전 목표들을 추구하면서 신 기후체제 시대를 산다는 것은 힘들고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 한 발, 한 발을 함께 내디디며 이러한 변화의 여정에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긍휼함이 아니겠는가.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 서울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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