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넴은 이스르엘 골짜기의 북쪽에 있는 작은 동네이다. 그곳에는 아직도 좋은 샘물이 있다. 좋은 물의 영향인지, 수넴의 처녀 아비삭이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또 솔로몬이 사랑한 술람미 여인도 아름다운 수넴 여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엘리사가 활동하던 시대에 이 작은 동네 수넴에는 마음씨 고운 한 부인이 살았다. 그녀는 남편과 상의하여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가 묵어가는 사랑방을 만들고자 한다. 갈멜산에서 남부 이스라엘의 벧엘과 여리고를 걸어서 왕복하는 엘리사를 위하여, 이 신앙심이 돈독한 부부는 엘리사가 묵어갈 편안한 ‘게스트하우스’(guesthouse)를 생각한 것이다. 이 선한 부부는 집 옥상에 책상과 의자와 촛대와 침상을 둔 ‘수넴홀’을 마련하였다. 이 선한 일에 보답하기 위하여, 엘리사는 무자하던 집을 축복하여 기적적으로 아들을 얻게 한다. 그리고 병들어 죽은 아들을 다시 살려, 부부에게 하나님의 능력을 보인다.

캘리포니아에 ‘수넴홀’ 마련하기 위해
수천 년 전에 수넴에 있던 엘리사를 위한 수넴홀과 같은 보금자리가 올해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마련되었다. 아주 작은 일로 보이는 이 선교사들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고 가슴이 벅차게 기쁜 것은 이곳이 세계선교를 위한 사랑방이 되기 때문이다. 사역자들에게 꼭 필요한 쉼터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전전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님들을 위하여 5개의 방을 마련하고 청결하게 꾸몄다. 공식적으로 개관하여 안식년 차 오신 선교사님 부부와 들러가는 선교사님 가족이, 그리고 목회자들이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이 수넴홀을 마련하기 위하여 꼭 일 년 전 성도들이 헌금을 작정하고 일을 시작하였다. 선교사역을 위해 쉼터가 될 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선교를 지원하는 성도들이 품은 꿈이었다. 어려운 경제생활 속에서 선교사님을 향한 성도들의 사랑은 작정 금액을 훨씬 넘어서는 열정으로 드러났다. 주의 복음을 위하여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된 선교사님을 위하여, 이 어려운 불경기 속에서도 귀중한 헌금을 하여 주신 모든 성도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손수 직접 꾸민 사랑방
우리는 이 집의 이름을 ‘수넴홀’(Shunem Hall)이라고 붙였다. 우리나라 전통으로 보면 사랑방이다. 사랑방은 과객이 묵어가면서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다른 지방의 소식을 전하는 중요한 통로였다. 과객을 대접하는 것은 그 지방과 그 집의 명예였다. 대갓집의 사랑방에 넘치는 과객 수는 투숙할 곳이 드물던 시대에 그 가문의 자부심이자 명성이자 풍성함이었다. 이 수넴홀은 주거비 때문에 평안하게 안식할 수 없었던 선교사님들과 여행 중의 많은 선교사님들이 애용하는 장소였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친히 이 선한 일을 하도록 우리들을 감동시키셨고, 또 많은 열정을 주셨다.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하셨음에 우리는 즐거이 영광을 돌릴 뿐이다. 소위원회를 꾸려 마땅한 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의 목적사업에 적당한 집을 얻게 되었다. 청소하고, 마루 놓고, 바닥과 주변을 정리하고, 주차장의 시멘트를 넓혀 깔았다.
그뿐이 아니다. 수넴홀에는 섬기는 이들의 사랑이 차고 넘친다. 양탄자, 탁자, 식탁, 침대와 여러 가구들과 집기는 사랑의 물품나누기운동을 통하여 선교관에 채워졌고, 또는 성도님들이 직접 기증한 물건들로 채움을 받았다.

사랑이 만든 작은 보금자리
2007년에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아직 다 지나가지 않았다. 그로 인한 불경기가 시작될 때 본당을 건축하고, 아직도 그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이때 선한 사역을 위해 선교관을 바치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 집은 하나님께서 선교사님을 위하여 내려주신 사랑의 집, 사랑방이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힘조차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순전한 마음으로 사역을 펼쳐 갔더니 오히려 공동체에 예상치 않았던 에너지가 생기게 됨을 경험한다. 우리가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이곳이 수넴 여인이 사역자 엘리사를 위해 구별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했던 그 심정이기 때문이다. 최적의 장소에 최고의 선교관을 마련하게 인도하신 손길을 느끼기에 더욱 가슴이 벅차고 감사하다.
우리의 사랑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민종기
미국 캘리포니아 충현선교교회 담임목사. 웨스터민스터 신학대학원 교수로 봉직하였으며, 제자도의 삶을 성도들에게 가르치며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크리스천 윤리의 삶을 지향하는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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