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 문서선교 반세기, 박종구 목사

달란트-소명-열정이 뭉쳐진 살아있는 기독교문화사
한국 기독교 문서선교역사 반세기를 견인해온 보배. 이런 이름을 가지기에 마땅한 문화예술인 박종구 목사가 사역 50년을 정리한 자료집 <빛과 더불어 오늘까지>
를 내놓았다. 목사라는 직함 외에도 그에게 붙는 수식어가 많다. 동화작가이자 시인이며 서예가이며, 언론인이며, 37년 역사의 잡지 발행인, 43년 역사의 출판사 경영인으로 8천 교회에 크로스웨이 성경연구 프로그램 을 보급한 운동가의 영역까지 확보해 온 달란트와 열정의 결정체.
이 책에서 한국기독교 문서선교 반세기를 읽는 것과 함께, 그의 활동반경이 나타나는 사진들과 자신이 뽑은 시, 기도문, 에세이, 서간문, 동화, 칼럼, 설교, 서예작품들, 특히 스스로 기록한 약전 “나의 길 나의 신앙” 58쪽 분량에서 박종구라는 한 사람을 통해 일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힌다.

순천만 갯벌소년으로 글을 쓰고 신앙에 입문한 박종구는 이미 고등학생 때 순천시내의 한 다방을 빌려 오순택 시인과 시화전을 열었을 만큼 주목받는 문사였다. 문병란 시인이 찬조작품을 냈고, 김승옥 소설가가 간담회 사회를 맡았으니, 문향 순천의 야사로도 기억할 만한 풍경이었다.
197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은행잎편지”가 당선되고 1976년에는 <현대시학>의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한다. 1968년 조동진 박사와 더불어 선교신문 <크리스챤 헤럴드> 창간작업을 했고, 출판에 발을 들여 1970년에 <사랑의 원자탄>을 낸 신망애출판사를 인수했으며, 1976년에 한국 교회의 첫 목회 잡지 <월간목회>를 창간하여 지금까지 외길을 달려왔다.

잡지문화로는 박토와 다름없는 교계에서 <월간목회>
는 창간호부터 1만 부 이상을 내며, 치우치지 않는 편집방향으로 신뢰를 얻었다. 또 고액의 원고료를 꼬박꼬박 지불해, 당시에는 전례없던 나름의 잡지사 운영 문화도 형성해 이런 공로로 2005년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또 크로스웨이 성경연구 프로그램을 1만 5천 명 이상의 목회자들을 통해 36만 명의 평신도들에게 보급했다. 이러한 그의 존재감은 재능-소명-열정이 진하디 진하게 중첩되어, 살아있는 한국 기독교문화사 그 자체를 이어왔다.

박종구 목사는 자신의 이런 공적인 삶을 지탱해준 개인적인 신앙의 여정도 이 문집에 실어 독자들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공적인 일이 크게 융성할 무렵 아내와 딸이 엄청난 교통사고를 당하고, 무려 6개월 동안이나 입원해 있을 때 매일 간호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병실 가정예배를 드린 이야기도 들려준다. ‘혹독한 시련의 황무지’라고 스스로 표현할 만큼 역경을 겪으면서 비로소 ‘가족사랑’을 나누게 되고 사랑의 공동체를 이룬 간증에서는 한 사람의 일꾼을 오롯이 세워나가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느껴진다.
그는 이 광야의 시간을 거치면서 “의미 없는 고난은 없다. 그러나 이 말이 절대절망 앞에서는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모른다”고 했다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시련’은 곧 ‘필요한 아픔’이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이런 영적 성숙의 시간을 통해 한국 교회를 향한 그의 헌신은 더 깊고 단단해진 셈이다.
“나의 문학은 곧 나의 신학이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그야말로 문학과 신학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나로 하여금 시처럼 살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사랑, 진실, 섬김, 영적 풍요, 원초적인 본질, 윤리적 고백, 영원한 노래, 그 향기, 그 빛깔들, 곧 시가 지향한 세계를 삶으로 일치시키고 싶은 게다.
희수(喜壽)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도, 한국교회의 문서운동 그의 ‘꿈노트’엔 여전히 진행형인 목표들이 꿈틀댄다.
교회 리서치 연구소 설립, 그리스도인의 소통을 위해 교양과 인성을 키우는 크리스천 교양 아카데미의 개설, 선교사처럼 그리스도인 문학가 예술인들에 대한 후원, 성서 전체를 구속사적 맥락에서 테마별로 체험할 수 있는 바이블 테마 전시관 운영, 그리고 세계선교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선교박물관의 건립 등이 그것이다.
꿈도 바쁘고 일상의 시간도 녹록치 않음에도,
“흥건히 젖은 향기 이우는 날 / 검은 나의 뼈들 / 일어서려나”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는 시인의 심연은 여유로이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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