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 역할이 나날이 커가는 가운데 우리는 자신을 하나의 미디어로서 짚어보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
미디어가 사건과 사고를 전하는 데에 중점을 두게 되면서 남들보다 빨리 알리려는 속도 경쟁은 물론, 자극적인 표현을 써서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는 저마다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때, 값싼 뉴스와 편중된 안목으로 전해지는 해설들은 마주하는 이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게 된다. 세상을 보는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눈을 제시하는 미디어의 긍정적인 역할이 절실하기만 하다.
등산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을 오르는 데만 목표를 두어 앞만 보고 걷고 올라간다. 이에 반해 사진작가나 화가, 예술적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길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지는 조화를 바라보며 각도를 잡아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함께 가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될 수 있으나 얼마 지난 후에 보면 기억의 수준이 차이가 나고 마음에 남은 것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세상사를 연결하는 크리스찬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고 느끼며 영향 받은 대로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알리고자 하는가. 교회들이 돌아가는 상태나 사건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그 속에 살며 신앙인의 모습으로 면면이 수고하는 선한 이들을 찾아 의미를 만들어갈 것인가.
마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말씀하시며, 곧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라고 하셨다. 내 마음 속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내 말과 글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 우리의 말도, 미디어의 소리도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회개로 마음을 새롭게
‘말씀과 성령’ 없는 교회만큼 두려운 것이 ‘진정한 회개’ 없는 구원의 선포라고 리처드 백스터는 말했다. 예수님의 공생애 첫 말씀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였고 교회를 태동시킨 오순절 베드로의 첫 설교도 회개하라는 것이었는데, 지금 값싼 은혜와 안일한 믿음주의가 입술의 영접만으로 신앙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본다. 회개한 자들을 통해야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데 회개는 현대 교회에서 사용하는 빈도가 매우 낮은 용어가 되고 말았다.
역사상 누구보다도 영혼 구원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졌던 리처드 백스터는, 교회 안에서 습관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구원받았다고 자족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회개와 거듭남을 우레와 같이 선포해야 한다며 매 설교마다 회개를 강조했다.
앞서 예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므로 회개하지 않은 심령은 비방과 음란한 말과 거짓 증언을 하게 할 뿐이다.
리처드 백스터는 임종 시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 그의 고통을 위로하면서 저술한 책들로부터 얻어진 열매에 대해 칭찬을 하자 “아니, 나는 단지 하나님의 손에 들린 붓이었을 뿐”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우리 각자를 미디어로 생각하며 연초에 기억할 일이다.
회심과 하나님의 붓.

이규왕
본보 법인이사장. 수원제일장로교회 담임목사로, 교회의 전통을 지켜가면서, 변화하는 지역사회를 위해 사회봉사 음악 문화 다문화사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섬기는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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