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위해 시작한 성경필사, 20년간 이어져

2015 기획 성경 필사 / 손으로 말씀을 쓰다

“아이고, 나 같은 늙은이 뭐 볼 것이 있다고 이 먼데까지 왔어요.”
반가운 얼굴에 인사를 전하는 윤여선 권사(93세·전주동신교회)의 자택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성경말씀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붓걸이에는 윤 권사의 것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붓들이 잔뜩 걸려 있다.
지난해 ‘CBS 한국교회 성경 필사본 전시회’에 두루마리 성경과 잠언을 필사한 병풍을 전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윤여선 권사의 ‘성경필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70세쯤에 시작하여 20년이 넘게 하루하루 써온 것이 그 결과였다.
“그냥 성경 한 번 써 봐야겠다가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볼펜으로 썼지요. 그런데 써보니까 붓으로 쓸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6남매에게 하나씩 써서 줘야겠다고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쓰게 된 거예요.”
한지에 붓으로 쓴 성경필사가 지금까지 신약은 4번, 구약은 2번이고 이밖에도 잠언서 병풍, 신구약 두루마리 필사본 등 많은 성경필사작품들이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정확한 자간과 필체가 마치 인쇄물을 보는 것 같다는 것.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쓴 게 아니에요. 아이들을 신앙으로 자라게 하려고 썼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소문이 나고 전시회까지 하게 되었네요. 우리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해요. 나 같은 늙은이를 얼마나 사랑해주시는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힘이 아니었음을 윤 권사는 계속 강조했다. 윤 권사는 성경필사를 위해 매일 10시간씩 붓을 잡았던 것. 지금은 예전만 못한 건강에 하루에 5, 6시간밖에 못 쓴다고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하나님이 힘주시니까 쓰지 제 힘으로는 못 써요.”
“내 힘으로 산 것 아니에요”
잠언서 병풍의 경우에는 10폭의 병풍에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하게 잠언이 필사되어 있는데,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윤 권사는 웃고, 옆에 있던 막내딸 조수용 씨가 말한다.
“그거 쓰느라 우리 엄마 고생 많으셨어요. 한 폭에 모두 몇 자의 말씀이 들어가야 하는지 계산하느라 며칠 밤을 새기도 하셨어요.”
실제로 노트에 먼저 볼펜으로 성경 필사를 하며 계산을 했고, 그렇게 계산노트만 세 권이었다.
“결혼해서 어느 날 꿈에서 예수님을 만나 뵙고 교회를 다니게 되었어요. 그때 꾼 꿈이 아직도 선명하네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도 신앙을 갖지 못했던 윤 권사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이다. 후에는 한남신학교를 졸업하고 18년간 종교심리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살아보니까 모든 것이 내 힘으로 산 것이 아니라 다 하나님이 하신 것,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이더라고요.”
지금도 윤 권사는 판본체로 신약을 필사 중이다. 막내 아들이 해달라고 했다며, 3월까지는 마치고 다른 필사를 해야겠다고 말한다.
“성경필사를 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흘을 쉬지 마라’입니다. 쉬면 못 씁니다. 생각해보세요. 조금이라도 쓰면 읽게 되지 않습니까. 날마다 성경과 내가 만나고 가까워지는 것이 성경필사입니다. 멀리 두면 읽지 않지요. 가까이 두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윤 권사는 “성경을 쓸 때 저는 주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뭐는 해라, 뭐는 하지 마라. 그 말씀대로만 살면 됩니다”하고 말한다.
윤여선 권사에게는 소원이 있다. 윤 권사의 성경필사 작품을 박물관에 기증하는 것. 그래서 다른 이들이 보고 더 말씀을 향한 마음이 커지길 바라고 있다.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요. 가는 그날까지 성경을 읽고, 쓰면서, 하나님과 동행하고 예수님 말씀 지키려고 애쓰며 살겠습니다.”
오늘도 윤 권사는 성경필사 전용 돋보기를 쓰고 붓을 든다. 예전만큼 붓을 잡는 힘은 없지만 마음을 눌러 담아 또박또박 말씀을 쓴다.

성경필사, 다양함 속 내 스타일로

성경필사를 결심했는가. 교회에서 단체로 성경필사를 하는 경우에는 그 방식이나 분량 등이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개인이 하는 성경필사는 성경 중 어떤 부분을 필사할 것인지, 어느 용지에 할 것인지, 필기도구는 무엇인지 등에 따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

성경 전체를 필사해도 되고, 구약이나 신약을 따로 해도 된다. 사복음서만 필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구약의 잠언은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위해 필사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 성경도 다양하다. 개역개정, 새번역 등 자신이 원하는 번역으로 필사한다. 영어성경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번역이 있으므로 자신이 집중해서 읽거나 쓰기 원하는 번역으로 고르면 된다. 이밖에 모든 언어가 가능하며 히브리어나 헬라어로 성경을 필사하는 이들도 있다.

용지는 주로 성경필사를 위한 노트에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모두가 다르다. 스프링 노트를 비롯해 한지, 목판, 심지어 두루마리 휴지에 쓰는 경우도 있다.

성경을 필사하는 도구도 볼펜이나 펜, 연필, 붓 등 자신이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고르면 된다.

 손으로 말씀을 쓰다’, 말 그대로 육필로 기록하는 성경필사. 쓰고 지우기가 용이한 디지털 글쓰기의 의존도가 높아져 있는 요즘, 시간과 힘을 들여 말씀을 정성껏 대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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