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떠나보내다
엄마에게 가장 고통스런 일은 자기 품에 안겨 있던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요. 인도 라자스탄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랄리는 그 고통을 겪은 사람입니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얻은 아들, 먼 고향을 떠나 외로운 때 얻은 아들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6개월이 되어 갈 즈음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기력은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먹는 것이 부실한 엄마의 젖 때문인가 생각한 남편은 없는 형편에 도시까지 나가 영양가 있는 음식도 구해왔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건강은 좀처럼 차도가 없었습니다.
가까운 마을의 의원에게 찾아가 진찰을 받았습니다. 의원은 아이가 약해서 그런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는 말만 했습니다. 젊은 부부는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 믿고 기다렸으나 아이는 몇 개월이 안 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의욕도 잃고 삶의 의미도 다 잃어버렸습니다. 이웃들은 아이야 다시 낳으면 된다고 위로했지만 다시 아이가 태어나도 그 아들은 가슴에서 지울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어려워지는 가정
그런 고통 속에 아이는 다시 생기지 않았습니다. 회복의 기간이 필요하기에 마음이 조급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2년, 3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결혼 1년 만에 아들을 낳았다고 좋아하던 가족들은 차츰 불안해하며 랄리를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행을 안고 시집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 관계는 싸늘해져갔습니다.
그 와중에 남편에게 병이 왔습니다. 상황은 젊은 아내 랄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쪽으로 계속 흘러갔습니다. 남편의 병은 점점 심해져 일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루살이 같은 가정 형편에 남편이 쓰러지니 당장 생계가 위태로워졌습니다.
랄리는 막노동으로 하루 끼니 일당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약값은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친척도, 부모들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누구 하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세월만 흘러갔습니다. 상황은 조금도 변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만 되었습니다. 전생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전생의 과오가 지금 인생을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신도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죄가 많아도 의지할 데 없고 연약한 자신에게 이토록 과도한 벌을 내리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됐습니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감정이 복받쳐 밭두렁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삶이 너무 고통스럽고 서러워서였습니다. 자기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던 첫 아이가 그렇게 죽은 것도 원망스럽고, 남편의 병도 원망스럽고, 이런 처지도 원망스럽고, 이해하지 못하는 이웃과 친척들도 모두 원망스러웠습니다. 밭두렁에서 그 원망을 눈물로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서러운 그녀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다
그 광경을 지나가던 사역자가 봤습니다. 처음에는 귀신들린 여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여자라면 대낮에 그렇게 통곡하며 주저앉아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사역자는 귀신들려 고통당하는 그 여인을 위해 기도해주려고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귀신 들린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그 울음은 서러움의 몸부림이었습니다. 사역자는 여자를 잠시 말로 위로하다 사는 집 위치를 물어보고는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성도들과 함께 그 여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병들어 누워 있는 남편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가정이 겪고 있는 고통을 들은 후 부부에게 예수님을 소개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이 가정의 어려움과 버금갈 정도의 무거운 짐을 가졌던 이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구원받은 성경 속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 가정에도 예수님이 그렇게 은혜를 베푸실 것이라고 위로하며 기도했습니다.
랄리와 남편 버드릴라는 성도들이 몇 번 더 방문을 하고 기도를 한 후에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밖에는 다른 소망도 없고 위로받을 곳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를 믿고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지 1년이 채 안되었을 즈음 이 가정에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으로 누워있던 남편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생겼습니다. 예수가 가정의 주인이 되신 이후에 평안도 주어졌고 기쁨도 회복해 주셨습니다.
오랜만에 근처를 방문했다가 이 가정을 찾아갔습니다. 그 사이 랄리는 아기를 출산하여 3개월 된 아이 만주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버둥거리며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이 가정을 통해 확신할 수 있게 했습니다.
랄리는 이제 꿈이 생겼습니다. 좁지만 자기 집이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 마을에 예수님 믿는 사람들이 두 세 가정밖에 안되지만 곧 자기 집 앞마당에 성도들로 가득 찰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명의 선교사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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