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살기 위해서는 안일한 삶으로부터 자꾸만 벗어나야 합니다. 물 위를 걷다가 물속에 빠져버린 베드로를 믿음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물 위를 걷는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입니다. 그는 비교적 안전한 배 밖으로 나와 물 위를 걸었습니다. 저는 그의 시행착오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세계에 머물려 할 뿐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1970년대의 젊은이들은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하구 근처에 몰려들어 끼룩거리면서 죽은 물고기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지만,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높이’ 그리고 ‘빨리’ 나는 것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젊었기에 저도 고독한 조나단의 모습과 나를 동일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힘겹고 눈물겨운 일인지 알기에 하구에 몰려든 갈매기들을 함부로 비웃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간의 인간됨은 자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빙하
‘작은 나’에서 벗어나 ‘큰 나’로 도약하는 것, 비루한 욕망에 온통 붙들려 사는 삶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뜻을 꼭 붙드는 삶을 선택하는 것, ‘소인배’의 삶에서 벗어나 ‘군자’의 삶을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과제라 하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그런 삶의 아름다움과 거룩함의 본보기입니다. 바울 사도는 성도들에게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담대하게 하나님께 나아가자”고 권고합니다.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뜻은 늘 패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생명과 평화 세상의 꿈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합니다. 악한 이들은 자기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약한 이들을 이용하거나 억압합니다. 착하게 사는 이들은 늘 당하고 맙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리 의식에는 그림자가 하나 생깁니다. ‘아, 안 되는구나!’ 이런 패배 의식이야말로 세상의 통치자인 악한 영이 가장 기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빙하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빙하는 보이지 않는 저 바다 속의 해류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합니다. 보이진 않지만 하나님의 뜻은 이 땅에서 분명히 역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약한 이들을 들어 강한 이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분입니다. 바울이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담대하게 하나님께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그저 힘을 내자는 맥 빠진 격려가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이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을 눈으로 보는 사람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중에 자라는 ‘하나님 나라’
보이지 않는 중에 하나님의 나라는 자라고 있습니다. 주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하고 외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인격에서 우리 곁에 다가온 하나님 나라의 현실을 본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징표가 될 차례입니다. 사람을 이리저리 가르는 온갖 장벽들을 철폐하고, 사람들이 서로를 낯선 이로 대하지 않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사는 일입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즐겁게 그리고 명랑하게 하나님 나라의 삶을 구현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김기석
청파교회 담임목사. 문학적 깊이와 삶의 열정을 겸비한 목회자이자 문학평론가이다. 그는 시, 문학,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진지한 글쓰기와 빼어난 문장력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들을 열어 보여준다. <길은 사람에게로 통한다>, <새로봄> 등의 책을 썼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