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튿날, 그냥 TV화면만 바라보며 기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고현장에 가봐야 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팽목항 현장으로 달려가 있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에 합류하여, 하염없이 세월호 쪽을 바라보며 가슴 태우는 눈이 퀭한 가족들 곁에 있었습니다.
단 한마디도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그 상황에서, 그저 우리가 마련해놓은 따뜻한 국물이라도 그들이 한 모금 마셔주길 바라며 봉사자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마침 그날은 구조된 교감선생님이 바로 팽목항 곁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어서 더욱 우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죄 없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물스런 ‘선장’ 한 사람이 저지른 만행이라고 해야 옳지요! 이 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문제가 간단하겠습니다. 기본이 안된 사람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을 맡기는 일이 여기뿐이겠습니까! 이제 기업윤리도 꼼꼼히 따져야 하겠습니다.
새삼스럽게 도덕심리학을 내놓은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이란 용어에서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네 고질병을 고칠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엄청난 인재 앞에서, 우리는 또 잠시 냄비처럼 들끓다가 얼마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말까 심히 염려됩니다. 사명을 잊고 향락에 빠진 머리 깎인 삼손이 생각납니다. 가치관이 전도되어 세속적 성공주의에 빠져 한치 앞의 낭떠러지도 못 보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물신주의에 빠져 이단집단에 무신경해져 있는 한국교회의 직무유기, 맘몬에 함몰된 비뚤어진 교회모습을 향한 심각한 경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독교는 고난의 십자가가 중심인데, ‘복 받는 기독교’로 둔갑시켜 놓은 일그러진 기독교의 모습을 철저하게 청산해야 할 긴박감이 느껴집니다. 맘모니즘에 물든 한국교회와 사회에 던진 불화살 같습니다.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아픈 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다시 세워가야지요.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불편을 감수하는, 불편을 불편으로 여기지 않는 시민의식을 다시 일깨워야지요. 이 엄청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야지요.
그동안 수없이 소를 잃었고, 잃을 때마다 외양간을 고치자고 목소리만 높인 무책임을 정리해야지요. 들추어보니 정말 초보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건강한 시민정신의 예민한 날이 서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가정의 달 가정특집을 해야 하는 때, 대한민국의 슬픔과 아픔에 함께 하며,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팽목항에서 넋 놓고 서있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그려내신 임종수 목사님의 그림과 김기석 목사님의 기도문으로 첫 면을 꾸몄습니다.
벼랑 끝에 서있는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선장이 서야 할 자리에 자리를 지키고 서서 제 몫을 하고, 기본이 있는 사회를 다시 세워가는 일이 무엇보다 급합니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버릴 것 버리고 지킬 것 지키는 일에 함께 합시다. 썩은 심장을 수리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바른 마음’으로.
“버큰헤드호를 기억하라!”는 전통을 가진 영국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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