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간 동안 우리 주변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웃고 울고 또 슬퍼하고 분노하기도 했으며, 또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만났을 때 내면의 인격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극도의 슬픔에 빠진 사람이 전해준 감동도 있었고, 억울하지만 담담하게 자기를 지킴으로 우리의 기쁨을 배가시킨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이기심과 탐욕 때문에 온갖 사건사고를 만들어내며 세상을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와는 다른, 희망과 감사의 감동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동 하나. 경주의 한 리조트 붕괴사고 희생자 이야기입니다.
대학신입생들이 그야말로 꽃봉오리를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 얼마나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슬프게 했습니까. 이 사고와 관련해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엮어낼 수 있겠습니다만, 들으면서 불편해지는 내용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감동이 전해져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떼같은’ 자식의 희생으로 주어지는 위로보상금을 부모가 어떻게 가볍게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가슴으로 희생자들의 부모님이 의미있게 사용하려고 뜻을 전해왔다는 소식입니다.
‘천사 박주현’의 이름으로 기탁되는 성금은,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던 딸의 꿈을 기억하고 있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박주현 양의 부모님은 아예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 1004만원씩 세 곳에 기부(총 3012만원)했다고 합니다.
고혜륜 양의 아버지는 장학금 기탁의사를 담은 서신을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에게 전달하면서 “혜륜이의 소중한 꿈과 희망을 생각하며 이 보상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고, 가족과 논의한 결과 혜륜이처럼 꿈을 갖고 있을 젊은이들을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면서 “부산외대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장학금으로 써줬으면 좋겠다”고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감동 둘. 피겨여왕 김연아의 의연함입니다.
피겨 스케이팅 밖에는 다른 경험이 없을 법한 젊다 못해 어린 김연아가 어쩌면 그렇게 속이 깊고 꽉 차있을까요! 김연아를 향해 세계인들이 ‘금메달!’이라고 박수를 보냈지만, 은메달이라고 발표되었을 때, “저보다 더 금메달이 필요한 사람에게 갔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최선을 다했다”며 의연하게 은메달에 입맞춤하는 연아의 감동은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다 김연아가 금메달이라고 해도 은메달을 달아준 ‘소치 올림픽의 부끄러움’에, 재심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뜨거운 서명운동과 열광에 흔들리지 않는 연아의 그 ‘성숙미’가 더욱 높은 여왕의 자리로 올리는 것 같습니다.
봄이 완연히 느껴지는 계절, 우리들로부터도 생명을 생각하는, 이웃을 생각하는 성숙미와 감동이 스며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삶의 빛깔을 생각하며 좀 진지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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