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를 꿈꾸는 공동체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예전에는 그랬다. 어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만드시는 날이면 제일 먼저 목사님 댁에 갖다드리는게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주일이면 예배를 마치고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갔다.
언제부터였을까. 교회가 공동체성을 잃고 각각 자신의 삶에만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 예배만 드리고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 돌아가 이웃과는 상관없이 신앙생활 하기 시작한 것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는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힘써 지켜야 한다며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는 크리스천들이 있다. 북한산 아래 수유동에 자리를 잡고 도시 속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최철호 목사)가 바로 그곳. 홍천마을공동체까지 포함하여 200여 명이 함께 살고 있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생활·예배 공동체이자 사역공동체이기도 하다.

공동체의 시작
최철호 목사는 신학생 시절 처음으로 공동체를 꿈꾸기 시작했다.
“80년대 민주화과정을 겪으면서 역사의 현실 앞에서 하나님나라에 대한 소명을 고백한대로 삶을 살고자, 함께 공부했던 이들과 91년도부터 사당동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그런 뜻을 가진 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시작하자 상황이 변했다. 신앙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자신의 신념과 신앙을 쉽게 포기하는 것을 보게 된 것.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마을 공동체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공동체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마련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2000년 수유동에 와서 이렇게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한 상에서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무엇이 진짜 하나님나라를 구현해 가며 사는 것인지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수유동으로 정한 이유가 있었다. 도시에서 최소한의 생태적 교육이 가능한 곳, 청년학생 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이 활성화 되지 않은 지역으로 들어가 지역사회를 섬기고자 한 것.

아름다운마을공동체 문화
그렇게 시작된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이제 자리를 완전히 잡아 많은 이들의 방문을 받기도 하고, 언론에도 많이 소개 되었다. 독특하지만 분명한 철학이 있는 그들의 방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교회 구성원들이 각각의 집에서 살고 있지만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한 몸으로 똘똘 뭉치게 되는데, 특히 수유동 마을에는 공동체가 운영하는 ‘아름다운 마을 밥상’이 있다. 제철 유기농 음식으로 지은 밥을 마을 밥상에서 함께 먹는 것으로, 각자가 적은 비용을 들여 사먹는 것이지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이도 음식을 먹는 이들도 식당처럼 여기지 않고 그냥 가족같이 함께 밥을 먹는 것으로 여긴다. 실제로 마을 밥상에서 만난 아이들은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마치 동네어른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힘차게 인사를 했다.
그것뿐 아니라 서로의 책들을 모아 만든 마을 도서관도 있다. 자신의 책을 혼자만 보려면 방을 더 마련하기 위해 돈을 들여야 하지만 그것을 나눌 때 주택 마련 비용도 내려가는 것.
“자동차를 집집이 두지 않아도 되고, 큰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를 일일이 안 두고, 내 방 서재에 책을 꽉 채워놓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지요. 도시의 생계자금이라는 허상의 우상으로부터 담대해지는 것입니다.”
마을 찻집에 가면 육아 중인 엄마들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 배려한 마루가 있고, 신학과 인문 고전을 함께 공부하는 마을 서원, 마을 신문, 마을 어린이집, 마을 초등학교 등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육아의 경우에도 엄마와 아빠가 어떤 형태로든 함께 육아를 하도록 돕고 있으며, 가정끼리도 육아 품앗이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빠가 육아휴직을 내는 것도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예배의 경우에는 7~10명으로 이뤄진 기초공동체 중심으로 드리게 된다. 일종의 ‘교회 안의 교회’로 그 안에서 교제와 교육, 상담, 예배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데, 공동체에 세워진 목회위원은 양육과 돌봄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목회위원이 되려면 일반 신학교 수준의 훈련을 받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위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목회하는 것.
이밖에도 2010년에는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자 강원도 홍천 아미산 밑 효제곡 마을에도 공동체를 만들었다. 서울에서 보낸 밥상 부산물과 퇴비로 농사를 짓고, 농산물은 다시 수유동 마을로 올려 보내는 것. 도시가 농촌을 쓰레기로 착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가 공존하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살도록 소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밖에 생명평화연대 및 기독청년아카데미, 공동체생활영성훈련원, 농생활연구소, 생태건축연구소 흙손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일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조작된 두려움에 속지 않겠다
“저희는 세상에서 요구하는 바알의 가치 질서를 따르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이스라엘도 야훼 종교의 외양은 지니고 있었지만 일상의 삶에서는 바알을 섬겼지요. 그래서 생명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저희는 겸손하고 정직하게 질문해야 합니다. 과연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고 사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과 권력이 결합되어 작동하는 세상의 가치질서를 섬기고 사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자신이 자랑으로 여기던 세속적인 것을 배설물처럼 버리고 말씀을 따라 살 때, 기존 가치질서에서의 기준은 무의미해지고 새로운 하나님나라에 의한 가치질서를 따라 살게 되는 것.
“세상이 강요하는 삶의 양식과 가치를 따라가지 않을 때 그것이 조장하는 두려움에서 해방됩니다. 일상을 투명하게 비추는 공동체의 삶이 있으면 이러한 두려움에 전락하지 않게 됩니다.”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32)”는 말씀처럼 북한산 아랫 마을에는 세상의 논리대로 살아가지 않기를 결단하는 크리스천들이 그렇게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