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하기 어려운 싸드야마르그 교회

인도 서북부 지역에 위치한 싸드야마르그 교회로 들어가려면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여권과 비자 사본을 보내 주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현지 경찰에 통보도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납치가 늘어나자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공산주의 테러조직이 점령한 지역이라 주정부는 출입자를 민감하게 관리할 필요를 느껴서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만 모든 위험을 맞대고 살아야만 한다. 살아가는 환경도 그리 녹녹하지 않아 주민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아가지만 농사 기술은 원시적이고 추수철만 되면 테러 단체 행동대원들이 수확한 곡물을 빼앗아가니 생계를 잇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변변한 식기를 갖추고 살아가는 집을 본 적이 없다. 모두가 나뭇잎을 얼기설기 엮어서 그릇으로 사용한다.

 

핍박 속에서의 강한 신앙

그런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 지역만큼 뜨거운 신앙을 가진 성도들도 드물 것이다. 개종 금지법이 있어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예수를 믿겠다고 작정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예수를 믿으면 사회적으로 여러 불이익을 받을 뿐만 아니라 과격 힌두집단에 의해 테러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목숨과 맞바꾸며 살아가는 성도들이 이곳 사람들이다.

싸드야마르그 교회에 출석하는 대부분의 성도들은 최소 한 번 이상 핍박을 받은 경험이 있다. 지금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에 맞거나 집단 구타를 당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성도들이 다 떠나고 문을 닫아야 상식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회는 문을 닫기는 커녕 성도가 더 늘어나 다 같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 점점 어려움이 되었다. 사역자 집에서 매주일 모이는데 남자들은 거실 겸 침실로 사용하는 공간에, 여자들은 어두컴컴한 부엌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

그렇다고 집을 넓히거나 새로 건물을 지을 여력도 없는 그들은 더 이상 성도가 늘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상한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은 늘어만 갔다. 하나같이 핍박의 흔적을 가진 성도들 모임이었다. 그래서 찬송을 부르는 것도 다른 지역과 달리 군가를 부르듯 한다.

이곳에 교회당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도와줄 교회나 성도들이 없었다. 도와줄 교회들은 가서 보고 확인하고 나서 감동을 받고 헌금을 하겠다고 작정하는데 외국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이곳에는 그런 교회들을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성도들이 좁은 공간을 벗어날 소망은 점점 멀어져 갔다.

 

기적 만든 성도의 헌신

그즈음 한 성도가 죽을지도 모를 심한 병에 걸리게 되었다. 가난한 지역이니 병원에 갈 여력도 없고 약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기도만 하며 고통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자기 집을 지으려고 마련해 두었던 부지를 교회에 기증했다. 죽을지도 모르니 이 땅에서 마지막으로 주님께 드리는 헌물이라 생각한 것이다. 성도들은 소망을 내려놓고 있다가 교회당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기도가 시작되었다.

교회당 부지를 드린 성도는 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완쾌되지도 않았다. 교회당을 건축하겠다는 소망으로 성도들이 기도를 시작했지만 그것도 몇 년 동안 아무런 진척도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오래 흐르자 성도들의 소망은 식어지고, 교회당 건축에 대한 기도도 식어졌다. 성도들 대부분은 현실을 인정했고, 그러나 누구도 그것에 실망하지 않았다. 현실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현지인 목사는 그 기도제목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우연한 기회에 캐나다의 한인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교회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교회는 많이 있었다. 우기철이 다가오면서 예배드릴 공간도 없는 교회도 있었고, 길거리에 나앉은 교회도 있었다. 핍박 때 교회당과 목사 사택, 성도들의 집이 모두 파괴되어 모일 곳도 없이 전전긍긍하는 교회는 부지기수였다. 긴급하고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들이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싸드야마르그 교회가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교회를 소개했고, 건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건축이 시작되어 기초공사가 마쳐질 무렵 이곳을 방문했다. 현지인 성도들과 차를 마시고 있는데 현지인 목사가 계속 눈물을 흘렸다. 아무 말도 없이 그는 눈물만 흘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나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이 흐른 뒤에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6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모든 성도들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난 기도했습니다. 6년 만에 내 기도가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니 너무 기뻐서 그렇습니다.”

그제야 알았다. 그의 기도가 캐나다의 한 교회를 움직였고, 내 마음을 움직였고, 관계된 성도들을 움직였다는 것을. 주일마다 고통스럽게 앉아 예배를 드려야 하는 이 성도들에게 교회당을 주신 것은 그의 기도 때문이었다는 것을. 지독하게 가난하고, 고통스런 핍박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기도는 결국 기적을 만들어냈다.

 

무명의 선교사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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