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한 가지

기독교대학인 고신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부끄러운 고백을 한 가지 해 보고자 한다.

작년 겨울에 일어난 일이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면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시도했다. 후방 주차를 할 때 부딪치지 않도록 미리 경고해 주는 신호음을 들려주는 네비게이션 장치가 있기 때문에 소리가 울릴 때까지 그 장치를 잘 보면서 주차를 하면 별 문제없이 주차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경고 신호음이 들릴 때까지 후진 주차를 시도했다. 왜 아직 신호음이 들리지 않을까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대로 후진했는데 무엇이 부딪치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정차를 하고 내려와 보니 한 고급 외제차의 앞 범퍼를 긁어 놓은 게 아닌가.

그런데 왜 경고 신호음이 울리지 않았는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살펴보니 글쎄, 세차를 하면서 누군가가 경고 알림 장치를 눌러서 해제 시켜놓은 걸 몰랐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아파트 경비실이나 주인에게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니면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그냥 가버릴까 고민을 했다. 이때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시켜 주는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내 차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흠집을 내놓은걸 참았는데 나도 구태여 신고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내가 긁어 놓은 차와 훨씬 떨어진 곳에 주차해 놓고 아파트로 올라와서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때늦은 후회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도 연락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안심을 하고 사건 자체를 잊어버리려고 하는데 경비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내가 받으니 “혹 총장님 댁에서 후진 주차를 하다가 렉서스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아내가 “그런 일 없는데요” 하면서 나를 쳐다보기에 나도 엉겁결에 “그런 일 없는데”라고 대답했다. 너무도 쉽게 나오는 거짓말에 나 스스로도 놀랐다.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조금 후 경비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사모님, 여기 경비실 CCTV를 분석해 보니 총장님 차가 후진 주차하면서 렉서스 차를 박았는데, 총장님께서 그렇게 하시지는 않았을 것이고 혹 기사 아저씨가 그렇게 한 것 같으니 한 번 물어보시고 연락해 주십시오”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제는 더 이상 우길 수도 없고 덮을 수도 없었다. 아내에게 먼저 이실직고를 했다.

“그렇게 심하게 긁은 것도 아니고, 다른 차들이 내 차도 많이 찍고 긁어 놓았는데, 나도 아무 말하지 않았지 않느냐! 그래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둥 온갖 변명을 다 늘어놓으면서 정직하지 못한 초라한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변호하기에 진땀을 흘렸다.

문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차주를 무슨 낯으로 볼 수 있으며, 무슨 말로 총장 신분에 어울리는 변명을 할 수 있을지 도대체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CCTV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어차피 보험회사에서 다 보상해줄 텐데 신고를 했으면 좋았을 걸!”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때가 늦어버린 것이다. 목사가 아니고, 총장 신분이 아니었더라면 그래도 좀 덜 창피할 것인데, 차주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생각을 하니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같이 되었나이다”(시 32:3-4)고 하는 다윗의 심정 그대로였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출근하자마자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그대로를 설명했더니 차주가 오히려 “보험회사에서 다 처리해 주는데 뭘 그렇게 미안해하십니까? 저도 그렇게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사과를 받아주어서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모른다.

 

삶의 행적이 다 녹화되어 있다

총장으로서 공개적으로 털어놓기에 참으로 창피한 이런 실수를 통해서 나는 ‘하나님의 CCTV’라는 제목의 설교를 작성하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결국은 하나님 앞에 다 서게 될 것이다. 이때 하나님께서 우리 삶의 행적을 녹화해 놓은 CCTV를 틀어 보여주면 부끄럽고 당혹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기에 연약한 우리 인생은 다윗과 같이 하나님의 용서하심을 구하며 살아가야 한다.

“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주께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다”(시 32:5)

우리 모두 언젠가는 우리 앞에 켜지게 될 하나님의 CCTV를 생각하면서 짧은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성수

고신대 총장이며 기독교교육학 박사인 그는 인간을 존중하는 기독교 교육풍토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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