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지역
인도의 북서부에 위치한 이 지역에는 믿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교회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 그동안 어떤 선교적 시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복음의 불모지여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곳으로 현지인 사역자와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그러나 막상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사역자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종교적으로 배타적인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지역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전통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슬람 모스크와 시크 템플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는 것 뿐.

첫 번째 만남의 대상
그 많은 경계의 눈빛들 속에서 우리의 첫 번째 만남의 대상이 누구인지 구별해 내야 했다. 그때 사역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사역자가 살고 있는 마을로 시집보낸 집이 있는지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길거리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고 맞는 사람이 있나 보자는 식이었다. 사람들은 사역자의 질문에 일단은 진지해지며 경계를 늦추는 표정이었다. 어른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까지 끼어들어 누구네가 언제 결혼을 했고, 누구네는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아는 척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역자가 살고 있는 마을로 딸을 시집보낸 가정이 그 마을에 있었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 작은 지역에 결혼한 사람이 몇 가정이나 된다고 실제 그런 가정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사람들은 친절하게 우리를 그 집까지 안내해 주었다.
아무 예고도 없이 찾아온 손님을 맞은 가족은 당황해 하면서도 어찌 대접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좁은 집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마당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다과를 만들어 대접했다. 마을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몰려들어 자연스럽게 티타임 대화가 이어졌다. 동네 사람들은 시집보낸 사돈집에서 특사라도 보낸 것처럼 우리를 대했고 아이들은 모처럼의 구경거리에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일단 새로운 마을로의 진입은 성공적이었다.

성경 스토리 통해 ‘복음’ 전하기
아무 연고도 없지만 사역자의 마을에 딸을 보낸 이유 때문에 우리의 첫 접촉점이 된 이 가정을 축복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주에 또 찾아갔다. 이 가정을 확실한 기반으로 삼기로 하고 이번에는 선물도 준비하고 딸의 근황도 파악해서 방문했다. 방문하는 대상이 확실해졌으니 마을 주민들도 우리를 의심하거나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하고 벌써 가족이나 된 것처럼 반가워 했다.
마당에 앉아 차를 나누는 동안 동네 사람들은 하나둘씩 이 가정으로 모였다. 삽시간에 마을 전체 모임이 되었다. 우리가 대단한 선물이나 가지고 온 것처럼 사람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마당에 모여 앉은 그들에게 축복의 선물, 복음의 메시지를 나눠주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일단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스토리들보다는 우리 인생의 문제를 생각해 볼 성경의 스토리들을 조금씩 나누며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예상외로 그들은 호의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사역자와 돌아가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성경 스토리들을 나누었다. 점점 복음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메시지를 전하자 어른들이 나서서 반박하기도 했다. 자기들이 믿는 신앙과 다르다며 오히려 우리를 가르치려는 이도 있었다. 우리가 전하는 말씀을 강력하게 저지하거나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영하지도 않았다.

장애 있는 아이를 위해 기도
이런 상태로 더 이상 전도를 밀고 나가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음의 문이 아직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주님이 돌파구를 열어 주셔야만 마을이 변할 것 같았다. 주님이 그렇게 하실 것이라 믿고 기도했다.
그리고 나서 일어서려는데 침상 끝에서 아무 말도 없이 시종일관 앉아만 있던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마을 촌장의 조카라고 했다. 십대후반으로 보이는 이 여자 아이는 모든 곳이 정상이었는데 말을 하지 못했다. 듣지도 못했다. 이 아이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면서 성경 말씀을 나누는 그 긴 시간 동안 침상 바로 옆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영혼이 말씀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듯이. 아니면 자신을 고쳐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문득 주님이 이 아이를 통해 이 마을에 복음의 문을 여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님은 사람들에게 직접 역사하셔서 마을 주민들의 영적 무지를 깨우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었다. 실제 인도에서는 온갖 미신에 사로잡힌 영혼들이 돌아오도록 만드시려고 기적을 나타내시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이에게 같이 기도하자고 손짓했다.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이 입과 귀도 지으셨으니 그분의 능력을 구하자고 몸짓으로 최대한 아이를 설득했다. 아이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기도하겠다는 표시로 두 손도 모았다.
‘그렇게 간절했구나. 그렇게 말씀을 듣고 싶었구나. 너를 사랑하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서 그 긴 시간을 기다렸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눈물이 났다. 주님이 이 아이를 꼭 고쳐주실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아이를 붙잡고 기도했다. 아이의 병 자체도 고침 받아야 하지만 이 아이가 고침 받고 주님을 잘 믿는 딸이 되어서 이 마을을 영적으로 고치는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주님은 복음을 듣지 못하고 있는 이 지역의 영혼들을 구원하길 원하신다. 이 땅에 복음의 빛을 비추시고 예배가 있게 하기 위해 우리같이 초라한 자들을 보내 주셨다. 어린 나귀처럼 주님만을 싣고 왔으니 이제 주님이 이곳에서 역사하실 것이다. 흑암이 물러가고 생명의 빛이 비취게 될 것이다.
그 확신을 가지고 기도하는 동안 아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우리도 울고 아이도 울고 아이의 엄마도 울었다. 바라보던 이웃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렇게 역사하셨다. 주님은 이 영혼들이 당신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이 아이를 이렇게 써 주셨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개척선교팀 책임자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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