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름다운 동행’
지난 5월 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대회 최고령 일본인 선수인 이와타 노보루(66)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휠체어 마라톤 선수인 김수민(26)의 앞을 달리며 계속해서 맞바람을 막아준 것이다. 이 둘의 ‘아름다운 동행’은 결승전 직전까지 계속됐다.
사실 레이스 초반 오른팔을 휠체어에 강하게 부딪친 김수민 선수는 레이스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격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휠체어 레이스는 양 팔로 바퀴를 굴리는 경주이기 때문에 팔의 부상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 김수민 선수를 보고 이와타 선수가 자신의 레이스를 포기한 채 곁에서 함께 달려준 것이다.
마지막 결승점에서 김수민 선수는 이와타 선수를 따돌리고 먼저 골인했다. 그런 김수민선수의 모습을 보며 이와타 선수는 허허 웃었다. 국내 여성 선수로서는 최초의 풀코스 완주였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가슴에서 우러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02 ‘한센인의 꿈’
소록도에 대형 벽화가 세워졌다. ‘아름다운 동행-소록도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 벽화는 국립소록도병원 뒤쪽 옹벽 구간에 세워졌는데, 소록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 이미지를 담았다. 과거 구간은 인권 유린으로 상처 입은 소록도 주민의 영혼을 피 흘리는 새끼 사슴으로 표현했고, 현재 구간에는 소록도 주민과 소록도병원 임직원, 자원봉사자, 벽화 제작에 참여한 30명의 재능기부 작가 등 450여 명의 얼굴을 새겼다. 마지막으로 미래 구간은 한센병이 사라진 소록도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냈다.
이 벽화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는데, 다수의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이 프로젝트에는 199명이 참여했다. 한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 힘들이 모일 때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03 ‘외눈박이 골퍼의 희망샷’
지난 5월 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 우승자는 데릭 언스트(22)라는 무명의 골퍼였다. 언스트는 열 살 때 테디 베어가 그려진 작은 펜스를 엄마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PVC 파이프를 자르다 그 조각이 튀면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언스트는 올해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7개 대회 가운데 5개 대회는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웰스 파고 챔피언십도 네 번째 대기선수에 불과했지만, 많은 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의 세계랭킹은 1207위, 이번 우승으로 그는 무려 1084계단을 뛰어올라 123위가 되었다. ‘외눈박이 무명 골퍼’ 데릭 언스트가 쏘아올린 ‘희망의 샷’은 어머니에게 드린 최고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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