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신앙의 사람들 ‘오리사’ 크리스천
오리사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어 쌀을 생산하지만 그게 식량의 전부이다. 변변한 반찬거리는커녕 영양을 공급할 이외의 음식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릇도 없어 나뭇잎을 엮어 식사를 한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이다.
실제 얼마 전 한 성도 가정을 방문했을 때 온 집안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소똥을 말린 땔감으로 불을 피우고 쌀을 찧고 한바탕 수선을 떨었다. 한참 후 내 앞에는 하얀 쌀밥이 산처럼 쌓인 나뭇잎이 놓여졌다. 그리고 소금을 담은 또 다른 낙엽이 들어왔다. 국과 반찬만 들어오면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모처럼 손님을 대접하느라 요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른 요리는 끝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남자들은 주위에 빙 둘러앉아 식사할 차비를 마치고 내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제야 상황파악을 할 수 있었다. 이분들이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는 이곳에서 생산한 쌀과 소금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신앙심만큼은 가장 뜨거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 중에는 예수를 믿지 않아도 그리스도인들을 존경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할 때 기도를 요청하기도 한다. 또한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교회를 찾아가라고 권하기도 한다.

병원에 갈 돈이 없는 ‘디걸’
디걸도 그런 마을 사람들 때문에 교회를 찾아 나오게 되었다. 그는 가난한 지역의 보통 사람보다도 더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 하루살이 인생과 같았다. 그런데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다. 복통이 시작되더니 그 상태가 점점 심해졌다. 체중도 줄어들고 병세가 몸에 현격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디걸은 병원에서 진찰은커녕 진통제 한 알 살 돈도 없었다.
디걸은 이미 병으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어야 할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죽음이 그리 두렵지 않았다. 윤회사상을 믿는 힌두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이생에서는 지독하게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내생에서는 좀 더 나은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식구들이었다. 자신이 발버둥을 쳐도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 그나마 자기마저 죽어버리면 식구들 생계가 위기에 처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생활비를 벌어 올만한 여력이 없었다.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야 논과 밭에 나가 농사일을 돕는 것뿐이니 아내에게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점점 심해지는 고통도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통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이를 악물고 참는 것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애용하는 마약성 식물을 구해 먹어봤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무료 기도’ 받으러 ‘교회’를 가다
그렇게 죽어가는 그를 사람들은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처지는 알지만 모두가 가난으로 고통당하고 있으니 누구 한 사람 나서서 도울 수가 없었다. 그때 이웃 중의 한 사람이 교회를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교회에 가면 무료로 기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디걸은 그 말에 솔깃했다. 치료를 받을 수는 없지만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또 기도를 받다보면 통증이라도 줄어들지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거기에다 무료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디걸은 기도를 받기 위해 교회를 찾아갔다. 사역자가 처음 그를 봤을 때, 그는 이미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소망이 끊어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불쌍한 마음에 사역자는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이미 살아날 가능성이 다 끊어진 것처럼 보였기에 그의 영혼이라도 천국 가도록 복음도 전했다.
디걸은 마지막 남은 인생을 예수를 위해 살다가 가겠다며 매일 교회를 찾아왔다. 기도하고 성경 말씀 듣고 천국을 소망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죽음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열심은 더해졌다.

디걸 병원비 마련 모금운동
디걸이 그런 안타까운 상태에 있다는 얘기가 삽시간에 교회 성도들에게 퍼졌고, 성도들도 그를 위한 기도에 합류했다. 병은 깊어가고 고통은 심해지는데 치료를 못 받는 그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웠다. 기도하면서 뭔가 행동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즈음 몇몇 성도가 나섰다. 디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가난한 성도들은 한푼 두푼 적은 액수라도 모아 고통당하는 디걸의 병원비 마련을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교회밖 주민들 중에서도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병원비가 짧은 시간 안에 상당히 많이 마련되었다.
사역자는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치료는 할 수 있는지, 치료비가 얼마 정도가 필요한지 예측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디걸이 치료받기를 거부했다. 자기는 새로 믿게 된 예수에게만 생명을 맡기고 기도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역자는 예수께서는 의술과 의약품을 통해서도 그분의 선하신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고 설득했다.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해보니 수술을 빨리하면 지금이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성도들은 그를 위해 기도하며 수술비 마련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가난한 마을에서 기적이라고 할 만큼 수술에 필요한 금액이 모금되었다. 수술은 성공이었다. 죽음의 날만 기다리고 있던 디걸에게 덤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예수를 만나 영생의 삶도 확신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몇 개월이 지나 교회에서 만난 디걸은 몰라볼 정도로 건강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가장 열심인 성도로 변해 있었다. 죽음의 문 앞에서 살아나 영생을 위해 수고하는 사역자로 우뚝 선 그를 보며 하나님이 살아 역사하신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개척선교팀 책임자이다. 죽음을 무릎쓰고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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