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이명박 정부에게 주는 '일침

정책 논쟁도 없었는데, 한나라당 집권한다고 한꺼번에 바뀌겠나"

박원순 변호사는 이명박 당선자가 내세우는 '시장친화적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 법치주의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바탕 위에서라면 좋다"면서도 "개발주의 시대 때의 기업과 정부의 유착, 삼성 비자금 비리 사건에서 보듯 게임의 규칙을 파괴하는 것까지 용인되는 상황으로 가면 오히려 지난 세월 공들여 세운 최소한의 투명성과 책임성, 법치주의가 굉장히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박원순 변호사가 인터뷰에 환한얼굴로 응하고 있다.
결국 경제까지 완전히 붕괴시키는 우를 낳게 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방식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외교정책은 물론 대미종속 외교도 바뀐 것 없고,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열 정도로 북한을 개방적으로 이끌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이에 대해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은 것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평소 정당끼리 정책 콘텐츠를 놓고 논쟁하기보다는 인신공격이나 추상적인 담론만 갖고 싸워왔기 때문에 서로 훈련이 안 된 마당"이라며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한꺼번에 바뀔 가능성이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변호사
이명박 당선자가 국보위 출신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에 발탁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건물 많이 짓고 돈 많이 모으는 게 총장의 중요한 역할이 됐지만 그게 다인가"라고 묻고, "그래도 숙명여대는 교육기관인데 그곳 출신이 다른 대학출신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의 다른 대학보다 차별성이 있고 한국사회의 훌륭한 리더를 키워내는 게 진정한 대학 총장의 역할 아니냐는 박 변호사는 "아직도 하드웨어 물신(物神)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권력과 가까운 단체는 추락... 어렵던 단체들이 활력 찾을 것"

그는 "이번 대선은 이명박씨가 아니어도 한나라당 후보라면 누구라도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 진영은 이 점을 생각하면서 성찰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호감과 인기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런 상호간 경쟁 속에서 국가가 발전하지 않겠냐"고 낙관하기도 했다.

진보운동의 위기시대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는 권력과 독립돼 있고 떨어져 있을수록, 좋고 잘된다고 본다"며 "참여정부 하에서는 핵심인물들이 정권과 가깝다고 쓸 데 없는 오해를 받았고 그래서 신뢰가 추락했으며 새로운 의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 민주노동당 단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천영세 당대표 직무대행
앞으로 "NGO는 권력과 정부로부터 엄정한 독립을 지키면서 자립적인 지속가능 시스템을 갖추고 끊임없는 견제와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권력에 유착된 NGO는 힘들어질 거고, 참여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단체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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