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는 도심의 거리에 올해도 어김없이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길거리의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왠지 뒷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삶에 지쳐 보이고, 마음이 무거우며, 기쁨을 상실한 채 걸어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성탄의 계절에 모든 사람이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발 빠른 백화점에 크리스마스트리는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지만, 마음이 슬픈 사람이나 지갑이 비어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더 마음을 우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인정은 메말라가고, 성격들은 조급해지고, 범죄율은 갈수록 지능적이 되어가고, 뒤틀린 관계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흔들리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명절이 다가와도 명절 그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자서 외롭게 사는 사람들은 곱게 차려입고 가족 나들이 하는 모습이 마음에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입니다. 마치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어린이날이 오히려 속상한 날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집 밖으로는 한 번도 외출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휴가도 반갑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성탄절이 더 아픈 사람들
성탄절에 모두가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찬바람이 부는 곳에서 떨고 있는 외로운 분들에게는 성탄절 그 자체의 의미를 모르기에 반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성탄절에 자신의 행복을 누리기 전에 그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감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냉기가 흐르는 방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배고픈 채 웅크리고 힘들게 잠을 청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님 같으시면 저들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실까요?
왠지 기쁘고 즐거워해야 할 성탄절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탄절의 의미를 모른 채 주저앉아 있는 수많은 영혼들을 바라보시고 주님이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실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 성가대 칸타타가 울려 퍼지고, 고급 외투를 입고, 서로를 축복해주는 시간에 그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신음하는 소외계층의 사람들과 어두움에서 빛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저 불쌍한 영혼들을 바라보시는 주님의 눈길을 의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번 성탄절에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끼리 문자나 선물을 주고받고, 차를 마시며, 식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주변의 외로워서 울고 있는 사람들과 가슴이 시린 저들에게 당신의 말 한 마디가 따뜻한 이불이 되어 줄 수도 있습니다.
따끈한 군고구마 하나라도 입에 넣어줄 수 있는 정다운 손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나가다 보면 박스를 주어서 싣고 힘들게 리어커 끌고 가는 노인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따뜻한 우동 한 그릇 대접할 수 있는 마음의 따뜻함을 가지십시오. 추위에 고생하시는 아파트 관리원 아저씨나 냄새 나는 쓰레기를 치워 가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나 쪽방에서 홀로 계시는 할머니에게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작은 정성과 함께 전달하십시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일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해야지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평생 그런 일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선물이라는 것이 꼭 황금과 유향과 몰약 같은 값비싼 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반드시 큰 선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양말 한 켤레이든, 김치 한 포기이든, 호떡 하나이든. 그 나눔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습니다. 나의 작은 나눔이 얼어붙었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삶에 지친 소외된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습니다.
금년 성탄은 좀 더 의미 있고 보람 있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들과 함께, 교우들과 함께. 힘들게 사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서 따뜻한 행복을 전달합시다. 당신도 선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손길을 주님께서 보고 계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성령님께 물어보십시오. “성령님, 제가 이번 성탄절에는 누구를 어떻게 도울까요?” 그러면 성령님께서 감동을 주시고 만나야 할 분들을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잡아주었던 그 지친 분의 외로운 손을 천국에서도 또 다시 만나 잡고 함께 기뻐할 날을 기대합시다. 복을 나누는 성탄절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김오용
선교에 대한 강한 비전을 갖고 있는 동일로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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