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라디오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라디오를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밤 11시면 라디오를 꺼내 TWR의 복음 방송을 듣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찌찍거리는 단파 주파수에 실려 전해지는 복음의 메시지에 목말라하는 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의 모습은 몹시도 가슴 아픕니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세계 4대 복음방송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TWR(Trans World Radio) 국제 총재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매년 한국·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전체 사역자들이 참석해 향후 사역방향을 정하는 아시아 지역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총재단 일행은 한국을 거쳐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한 후 자국으로 돌아갔다.
11일, 북방선교방송(TWR-Korea, 이사장 박삼열 목사, www.twrk.or.kr) 주최로 서울 베스트웨스턴구로 호텔에서 열린 선교 간담회에서 이들은 국내 북방선교방송 관계자들과 TWR 괌 송출소 출력 증강에 발맞춰 북한 선교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로렌 D. 리비(Lauren D. Libby) TWR국제총재는 이 자리에서 괌 송출기 교체로 북한에 좀 더 선명한 방송을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하며 북한교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또 북방선교방송 쪽에서는 좀 더 소형화된 수신 라디오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복음 전파 방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유럽, 북한 지하교회에 관심
이번 간담회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사람은 버나드 우스터프 유럽대표. 네덜란드 TWR 대표이기도 한 그는 10년전부터 북방선교방송이 북한에 보내는 단파 라디오를 1년에 3천대에서 4천대까지, 총 3만대 가량의 라디오 수신기를 공급하는 재정을 부담해왔다. 한국교회도 아니고 먼 유럽의 네덜란드에서 이렇게 북한 선교에 관심을 갖고 재정적 후원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버나드 대표는 먼저 “자기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자기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 받는 자를 생각하라”(히 13:3)는 성경 말씀을 인용했다. 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하는 ‘전 세계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지수’에서 북한은 항상 1위로 이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버나드 대표는 전 세계 기독교인은 그리스도가 머리되신 한 아버지의 한 몸으로 한 지체의 아픔과 고통은 곧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아픔이고 고통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북한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 북방선교방송을 통한 후원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장막을 넘어서는 방송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동유럽이 자유화된 이후, 85세 된 헝가리 목사가 1960년대에 만들어진 라디오 하나를 TWR에 헌납했습니다. 당시 TWR은 몬테카를로 송출소에서 방송을 내보냈는데, 러시아의 방해전파로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라디오의 스피커에 귀를 대고 방송을 들은 다음 서로 자신이 들은 것을 종합해서 전체 메시지를 서로에게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헝가리의 노 목회자가 헌납한 라디오가 바로 이들이 함께 들으며 신앙을 성장시켰던 바로 그 라디오였던 것입니다.”
유럽이 이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심경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버나드 대표의 설명인 셈이었다.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에서는 방송을 해도 그 열매를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버나드 대표는 간담회에서 밤 11시에 일어나 라디오 방송을 듣는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하면 유럽인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그 어둠 속에서 복음에 목말라하는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같은 지체로서의 아픔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버나드 대표는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고후 4:8~9) 말씀을 인용하며 북한 선교는 결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역이라고 말했다.
머나먼 유럽의 그리스도인들이 북한교회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한국교회가 어디에 관심을 둬야 할 지를 역으로 웅변해준다.
 
김지홍 기자 pow97@iwithjesus.com

TWR은?
세계 4대 복음 방송망 중 하나로 꼽히는 TWR은 1954년 폴 프리드(Paul Freed) 박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북부 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 작은 라디오 스테이션으로 시작된 방송은 이후 온 유럽과 동유럽 공산국가에 복음을 전하는 강력한 도구로 성장했다. 현재는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위치한 14개 국제 송출소와 2,000개 국내 송출소를 통해 225개 이상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2년 홍콩의 TWR 중국어 사역부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시험방송을 시작한 후 1995년 9월 한국에서 북방선교방송으로 출범했다. 이후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와 주민을 대상으로 매일 1시간 15분 지도자 양육과 제자훈련을 목표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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