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사당이 있고 한국 금융의 허브라고 불리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직장인이었던 김모씨는 자신의 전 직장상사와 직장동료였던 두 사람을 흉기로 찌르고 지나가던 무고한 시민에게까지 칼을 들이밀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자신을 힘들게 한 직장상사와 동료에 대한 분노로 그들을 죽이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큰 충격 속에 빠뜨렸습니다. 물론 사건은 빠르게 정리되었지만 우리 안에 각인된 충격과 공포는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김 씨는 경쟁에서 밀려났고 벼랑 끝에 내몰린 채 절망했습니다. 그런 그가 선택했던 것은 자살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살을 하기 전에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자신과 이웃을 함께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 깊은 절망과 분노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그저 한 개인의 병리적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그를 여의도로 몰아간 것은 비단 직장동료 둘 뿐이 아닙니다.
물질중심주의에 매몰된 사회는 치유될 수 없는 절망을 양산합니다. 이 절망과 분노는 사회적인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모든 절망과 분노는 오직 사랑 안에서만 녹아내릴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이웃의 울음소리에 우리가 먼저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박정은 기자 springday@iwithjes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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