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인생에게 전하는 위로와 지혜

‘삶’ 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무거운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고민해 볼 문제이지요.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고민과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넓게는 삶과 죽음, 고통, 행복. 좁게는 우리 일상에서 매 순간 부딪히는 인간관계나 자녀양육, 금전 문제 등이 그렇습니다.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도, 여든의 어르신에게도 한 사람 앞에 다가오는 인생은 매번 새롭고 낯선 것들 투성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의 멘토를 찾아 학교로, 교회로, 서점으로 달려가는 걸 테지요.

‘대화’로 이어가는 삶의 고민들

소개할 두 권의 책 역시 이런 인생의 고민 앞에서 서성이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한 권은 인터뷰 형식으로, 한 권은 대담 형식으로 인생에서 한번쯤은 고민하는 삶의 ‘문제’들을 이야기합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형식은 달라도 두 권의 책이 동일하게 ‘대화’의 형태로 진행된다는 겁니다.  ‘대화’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요.
쌍방이 참여하고, 보다 수월하게 이해되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확대됩니다. 왜냐하면 한 쪽의 일방적인 ‘말’이 아닌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쌍방의 피드백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화’의 특성상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 단점도 있습니다만 소개해드릴 두 권의 책에서 얻는 인생의 지혜에 비하면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이태형 지음/ 좋은생각 펴냄
첫 번째 책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국민일보의 이태형 기자가 쓴 이 책은 2년여 동안 월간 ‘좋은생각’의 ‘그에게 묻다’라는 코너에 실린 인터뷰 모음입니다. 각 분야에서 멘토라 지칭되는 17명에게 물은 인생의 질문과 그에 대한 솔직하고 진솔한 대답이 담겨 있습니다.
희망이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 등의 손에 잡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놓칠 수 없는 사안들을 인터뷰어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가노라면 인터뷰어의 솔직한 마음에 공감가기도 하고(질문의 답에 진심으로 감동하기도 하고, 때론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에 시무룩해지기도 하는 이 기자의 마음이 책 너머의 저에게도 와 닿았습니다), 인터뷰이의 격앙된 어조가 내 귀에 직접 생생히 들리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 삶에서 깨달은 그들의 지혜에 무릎을 치게 됩니다.
각각 자신의 성향과 직업 특성에 따라 결이 다른 답과 생각을 내놓지만 그 다양한 대답에 담긴 공통된 점은 바로 이겁니다. 각자 주어진 자신의 삶에 진정성을 가지고 그 삶을 마주하라는 것. 바로 ‘지금, 여기서, 나만의 삶을’입니다.
389페이지라는 긴 장정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책장은 술술 넘어갑니다. 간간이 생각에 머물게 하는 지점들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지금, 여기서, 나만의 삶을 산다면 삶의 성취 여부와는 상관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즈음 두 번째 책을 펼쳐봅니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이어령·이재철 지음 / 홍성사 펴냄
두 번째 책은 ‘지성과 영성의 만남’입니다. 책은 양화진문화원의 주최로 2010년 4월 8일부터 12월 8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진행되었던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이재철 목사의 대담을 엮은 책으로 ‘삶ㆍ가족’, ‘교육’, ‘사회’, ‘경제’, ‘정치’, ‘세계’, ‘문화’, ‘종교’라는 여덟 가지 주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앞의 책이 조금은 추상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이 책은 삶의 구체적인 항목에 대한 두 사람의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이란 무엇인지, 자녀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주택문제와 높은 자살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성장과 분배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보여 줍니다.
과연 두 저자의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오가는 대화는 사뭇 진지하고 흥미롭습니다. 두 저자가 살아온 시간을 더하면 백년이 넘습니다. 그 많은 세월의 빛깔만큼이나 다양하고 깊이있는 비유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그 무게가 너무 버거워 쉽게 말을 떼기 어려운 질문에도 먼저 쉬운 비유로 그 문제에 대해 다시 풀이하는 부분에선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 책 역시 341페이지라는 부담스런 분량입니다. 그러나 고된(?) 여정이 끝날 즈음, 멀고도 멀었던 가슴과 머리의 거리가 조금은 좁혀지는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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