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 ‘참 아름다웠던 창조세계 얼마나 변했나’ ②

“그러나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으리라는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서 8:21-22, 私譯)

지구는 왜 신음하는가

우리가 있는 곳, 우리의 자리, 우리의 고향 지구를 돌보는 것은 비단 우리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과 그 자녀들의 자녀들까지를 위한 일이다. 그러한 사랑의 동기는 우리 자신의 이익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지구별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더 가까이 다가가 인격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제 전편에 이어 구체적으로 지구가 어떻게 신음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구촌 50%가 물 부족

2008년에는 약 11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했으며 26억 명이 적절한 위생시설에서 사용할 물을 얻지 못했다. 이 수치는 세계 인구의 56%이다.
전 세계에 걸쳐 5세 이하의 어린이 6천 명 가량이 매일 설사와 연관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시간 당 250명, 분당 4명꼴이다.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1950년과 2050년 사이에 73%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결핍 사태가 이미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서 주로 발생할 것이기에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물 과소비의 사례들은 전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거대한 콜로라도 강에서 너무 많은 물을 끌어 쓴 결과 강줄기가 더 이상 캘리포니아 만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때는 차고 넘치던 나일 강이 지금은 가느다란 물줄기만 남아 간신히 지중해로 흘러든다.
중국, 인도, 파기스탄, 레바논, 멕시코, 미국에서 지하수면이 줄어들고 있으며,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지하수가 심하게 고갈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25년에는 절대적인 물 부족 국가에 사는 사람이 약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물의 수질 역시 심각한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 생태계인 오대호는 지구 표면의 담수 가운데 20%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호수에는 수은, DDT, 다이옥신 등의 독성물질이 가득 쌓여 있다. 이러한 화학 오염 물질 가운데는 직접 물 속으로 방출되는 것도 있지만 많은 물질이 빗물에 섞여서 유입된다.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이 내려앉는 것이 수질오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물의 행성인 지구 위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안심하고 마실 물을 구하지 못한다는 현실, 이것은 참으로 크고 심각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매년 남한 크기의 땅 사라져

미국에서만 한 해에 유실되는 표층토의 양이 30억 톤에 이른다. 문제가 되는 것은 표층토가 채워지는 속도보다 유실되는 속도가 약 10~20배 빠르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농업 분야에서만 확인된 전체 토양 손실 양이 연간 750억 톤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농경지의 30% 가량이 불모의 땅으로 변했다.
땅의 황폐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사막화이다. 사막화는 대체로 자연적 원인, 곧 오랜 가뭄과 이상 고온현상, 강풍 등으로 일어나는데, 근래에 들어와서는 과도한 방목과 한계 경작지의 개간, 삼림벌채 등의 인간 행위가 원인이 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사막의 규모는 브라질 넓이에 상당하는 800만 제곱킬로미터가 증가했고 매년 6만 제곱킬로미터의 사막이 늘어나고 있다.

고형 쓰레기 35%만 재활용

미국에서 매년 배출하는 고형쓰레기를 청소차에 실어 일렬로 세우면 적도를 따라 지구를 네 번 도는 길이가 된다.
2006년에 미국은 2억 5,100만 톤의 고형 쓰레기를 배출했다. 1인당 1년에 750kg을 버린 셈이며, 75년 한 평생 동안 62톤의 쓰레기를 버리는 셈이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활용하는 쓰레기의 양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단지 32.5%만이 재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쓰레기 매립장에 묻히는 양이 55%, 공장이나 소각로에서 태우는 것이 12.5%이다.
고형 쓰레기는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어플루엔자(affluent+influenza)라는 신조어로 대표되는 거대한 문화적 추세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부유한 사회에 사는 우리는 물질의 소비에 중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질병의 수상한 보상들은 엄청난 환경 비용 문제와 얽히게 됨으로써 이 질병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미국이 석유 소비량의 24% 차지

미국은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지구 전체의 석유 소비량의 24%, 하루에 2,100만 배럴 정도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하루 소비량 220만 배럴의 약 10배 정도 사용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보다 평균 2.5배,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28배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셈이다. 일본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미국에 비해서 약 절반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지난 50년 동안 세계 에너지 수요는 5배로 늘었다. 이것은 인구 증가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것이다. 1인당 세계 석유 생산량은 1979년에 최고점에 도달했으며, 지구 전체의 석유 생산량은 2010년에 최고점에 이르렀다. 석탄과 천연가스 매장량은 석유에 비해서 풍부하지만 그것 역시 한도가 있으며, 공기와 물의 오염 같은 심각한 생태학적 손실이 뒤따른다.
간단히 말해서 화석연료의 사용일수는 한계가 있다. 자원의 부족 때문이든 환경의 질 때문이든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이 그것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에 대한 우리의 중독이 빠른 시일 내에 줄게 되리라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이대로 방치하면 계속해서 화석 연료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2030년에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이 5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산성비로 고대 건축물 손상 심각

화석 연료의 소비에 관해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기오염, 특히 산성비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산성비는 자동차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과 석탄, 석유 등의 연료가 연소하면서 나오는 황산화물 등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 탓에 산성화된 비를 의미하며, 물고기 폐사로 이어지거나 땅에 쌓여 산림 황폐화를 일으키며 토양의 영양소 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성비로 동식물이 심각하게 피해를 입은 호수가 스웨덴에만 14,000개다. 독일 서부와 영국에서는 산성비로 인해 숲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그리스에서는 산성비로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고대 건축물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중국, 인도, 태국, 한국 등은 산성비의 피해가 특히 큰 나라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 지역에서 석탄과 석유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성을 띠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아황산가스의 산화질소 때문이다. 이 화합물은 대기 중 습기와 결합해 열을 발산하면서 황산과 질산을 생성하고 이것들이 비와 진눈깨비, 우박, 안개, 눈과 같은 강수의 형태로 땅 위로 떨어진다. 아황산가스는 석탄을 태우는 발전소에서 주로 발생한다. 산화질소는 화석 연료를 태울 때, 특히 자동차로부터 많이 나온다. 산성비는 지역이나 국가 간의 경계선을 가리지 않는다. 갈수록 더 거대한 공장들이 세워지면서 산성비는 지역을 넘어선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토록 심각한 산성비는 대기오염의 한 가지 형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더 광범위하게 공기는 오염되고 있다.

온실가스 인한 기상이변 ‘재앙’

10년 단위로 묶었을 때 기록상 가장 더웠던 여덟 번의 햇수가 들어있던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1998~2008년까지의 10년 간이다. 가장 더웠던 14번의 햇수도 2007년을 기준으로 지난 17년 사이에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특히 강한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었다.
온실가스 중의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수치는 1985년의 315ppm에서 2008년의 387ppm으로 상승했고 연간 1.9ppm의 비율로 상승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외에 오존, 메탄, 아산화질소, 염화불화탄소, 수증기 등이 온실가스에 속한다. 이 가스들은 대류권에 존재하면서 적외선이 우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막아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이들 가스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가 생명체에 유익한 상태로 유지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의 존재가 아니라 이들의 적절한 농도다. 농도가 너무 높아서 지구가 필요 이상으로 더워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같은 온실가스인 메탄은 수명이 7년 내지 10년으로 비교적 짧지만 같은 무게로 볼 때 이산화탄소보다 100배나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아산화질소는 대류권 내에 거의 120년 동안 잔존하며 이산화탄소에 비해 200배 가량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메탄은 지난 250년 동안 2.5배 증가했고, 아산화질소는 1.2배 증가했다.
요컨대,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고, 그것은 주로 온실가스에 의한 것이며, 온실가스들은 인간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의 감소, 영구 동토층의 해빙, 강과 호수가 늦게 얼고 일찍 녹는 현상, 중위도 지방에서 농작물 성장 기간이 길어짐, 동식물의 분포대가 극지와 고지대로 이동함, 일부 동식물의 개체수 감소, 수목의 개화 시기가 빨라짐, 곤충의 돌연변이, 새들의 산란 문제, 철새들의 이동 양태의 교란, 해수면 상승, 산호초와 열대우림, 대초원과 고산지대의 툰드라, 사막과 강과 바다 등 지구의 모든 생태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수확 감소, 이용할 수 있는 물의 감소, 매개성 질병과 수인성 질병의 창궐, 빈번한 홍수 등으로 인간의 생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훨씬 더 무더워진 여름, 훨씬 더 길어진 혹한, 혹독한 가뭄과 강력한 홍수, 파괴적인 폭풍우, 쉽게 잡히지 않는 산불 등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재해는 재앙에 가깝다. 1980년에서 2004년 사이에 기상 관련 재해의 발생 횟수는 두 배로 늘었다. 그야말로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는 참으로 많고 엄청나며 파멸적인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 탓입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 심각해지는 기아 문제, 생물다양성의 감소, 삼림 파괴, 물의 부족과 오염, 땅의 황폐화, 늘어나는 쓰레기, 에너지 소비의 증가, 산성비, 지구의 기후 변화, 이러한 것들은 생태계가 쏟아놓는 탄식의 긴 목록이다.
우리 지구별이 신음하고 있다. 지구과학자인 E. G. 니스벳은 지구의 상태를 다룬 연구에서, 지구의 환경 변화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지구는 상처를 입고 있으며, 그 상처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는 분명하다.”
우리의 지구별에 입힌 상처에 대해 우리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거는 확실하다. ‘내 탓입니다’ 외에 우리가 할 최종 변론은 없다. 호모 사피엔스, 곧 지혜로운 인간이라 불리는 종으로서 참으로 엄청나고 서글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송준인
청량교회 담임목사로 총신대학교 석좌교수이다. 서울대 영어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남아공화국 스텔렌보쉬대학에서 ‘생태신학’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개혁주의 생태신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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