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북한 젊은이들을 가르칠 때였습니다. 선교사님 한 분이 특별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집중적으로 성경 교육을 시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남자 아이였습니다. 성경을 얼마나 많이 읽었던지 신약은 거의 암송할 정도였습니다. 하루 종일 밥만 먹고 성경만 읽어 성경은 잘 아는데 예수님을 아직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개미굴 찾던 소년이 만난 예수님

아픔과 눈물 없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꿈을 먹고 달려가야 할 나이에 먹을 것이 없어 중국으로 도망쳐 온 아이였습니다. 북한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옆 집 친구 동생이 굶어 죽는 것을 보았고, 자기가 속한 반에 두 명의 친구가 굶어 죽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때로는 온 종일 개미굴을 찾아 다녀야 했습니다. 개미굴이라는 걸 들어 보셨습니까? 개미가 겨우내 먹으려고 양식을 날라 놓은 집을 말합니다. 그걸 찾으러 하루 종일 들판을 헤매며 살았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 고통스런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그거 잘 만나면 그날은 수지맞는 날이에요.”
미래를 품어야 할 십대 청소년의 꿈은 소박하다 못해 슬펐습니다. “쌀밥 실컷 먹고 잠 한번 자봤으면….”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중국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허기져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조선족 분이 집으로 데려가 가서 먹이고 보호했습니다. 1년 정도 그 집에 머물렀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키가 30센티미터나 자랐습니다.
성경을 펼쳐 놓고 창세기 3장 15절을 읽었습니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그에게 물었습니다. “여자의 후손이 누구인지 알겠니?” “예수님이잖아요.” “어떻게 그걸 알았니? 누가 가르쳐주더냐?” “아뇨, 성경을 계속 읽다 보니 예수님이란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성경, 예수 그리스도로 향하는 길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면 성경은 읽기만 해도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창세기에 대한 책을 수십 권 쓴다 해도 창세기를 읽으면서 하나님을 느끼지 못하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의 책은 지성을 만족시킬 뿐 아무런 영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창세기 3장 15절은 구약의 복음이라고 불립니다. 신약에 요한복음 3장 16절이 있다면 구약에는 창세기 3장 15절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우리의 죄와 허물을 위해 예수님이 하늘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루터는 성경의 어느 부분을 찔러도 예수님의 피가 흘러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기독교 역사에 가장 뛰어난 설교자 찰스 스펄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이여, 그대는 영국에서는 모든 마을이나 촌락, 그리고 모든 산골 마을에도 런던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처럼 모든 성경에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거대한 도시로 향하는 길이 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그대들의 임무는 본문을 대할 때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길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리스도께로 향하지 않는 길을 본적이 없다. 만일 그런 본문을 발견한다면 나는 산 넘고 물 건너 나의 주인에게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스도의 맛이 없는 한 설교는 아무런 유익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류응렬
목사이며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로 설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성경과 개혁신학’, ‘에베소서 설교하기’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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