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장담하건대 이 책은 손가락질 당하는 한국교회를 방어하려고 하지도 옹호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책은 휘청대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여과없이 파헤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한기총사태를 비롯하여 교회와 사회에 걸친 사건, 사고들을 손석춘은 언론인 특유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종교인 김기석 목사에게 묻고 있다. 과연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진짜 기독교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상황앞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것이 맞는지를….
한치의 가감없이 사회와 교회를 꼬집는 손석춘의 예리한 시선에 기독교는 얼굴이 화끈거린다. 김 목사는 이를 부인하지도, 숨기지도 않는다. 그의 대답에는 진심어린 미안한 마음과 참회의 회한이 담겨있다. 그는 신학자 알란 뵈삭의 말을 인용한다. “오늘의 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심리학이나 문학이 아닌 ‘거룩한 분노’”라고, 신자는 불의한 체제와 불화할 수 밖에 없음을 비단 손석춘에게만  아니라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이에 손석춘은 언론 또한 그 처음의 기능을 잃고 기득권이 되어 비판하지 않고, 사실을 숨기는 현실을 개탄한다. 비단 한국사회의 언론과 종교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러했다. 책은 이 둘의 영역외에도 뉴스와 신면지문을 가득 채우는 사회전반의 현상을 되짚고 있다.
이들의 대화가 단지 사회와 종교를 향한 비판으로 그친다면 그건 사랑없는 매로 때리는 ‘폭력’일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치열한 논쟁은 분명 의미가 있다. 본래 비판이란 ‘사랑’이 담긴 것이어야 한다. ‘본연의 색을 잃은 현실에서 어쩌면 종교와 언론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걱정하는 이 둘의 목소리에 담긴 사랑이 바로 그것이리라.
 2년여 ‘기독교사상’에 연재된 이들의 대화는 어떤 색깔도, 사상도 외치지 않는다. 언론인 손석춘, 종교인 김기석 이 둘의 대화는 현실과 성경이 조우하는 가운데 예수가 걸어간 그 길을 되짚어 한국사회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많은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손석춘 , 김기석 지음 / 꽃자리


박정은 기자 springday@iwithjes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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