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오스틴 마펫 교수는 책에서 자주 봤던 이름이다. ‘마포삼열’이란 한국명이 더 익숙할 만큼 한국에서 그의 업적은 크다. 오늘 만나게 될 사람은 마포삼열의 셋째 아들인 ‘사무엘 마펫 주니어’이다.
아버지인 마포삼열 목사님을 소개하자면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그리고 사무엘 마펫, 3인방 중 한명으로 초기선교사를 대표하는 한국 기독교 역사의 큰 어른이다. 한국 최초의 평양신학교를 세우고, 숭실대학교와 평양외국어학교 그리고 평양 장대현 교회를 세웠다.
그분에게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초기 선교사들이 주로 서울에서 사역할 때 과감하게 평양과 의주에서 모진 핍박을 당하면서도 평양을 포기하지 않고 평양을 선교의 구심점으로 만들어 나갔다는 점이다. 온유한 성품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그를 따랐고, 검소하고 청빈한 말년의 삶은 우리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포삼열과 그의 아들

오늘 만나게 될 사무엘 마펫 주니어는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나 18세까지 평양외국인학교에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휘튼과 프리스턴에서 학위와 목사안수를 받고 예일에서 박사를 수학했다. 고대히랍어를 전공하는 학자를 꿈꿨으나 설교를 하면서 선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후 중국에서 4년간 선교사로 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안동과 서울에 머물면서 교회를 개척했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렇게 26년간 한국에서 봉사하다 미국 프리스턴에서 선교학교수로 81년부터 재직, 석좌교수로 일하며 선교 신학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국교회 분열이 가장 마음아파”

우리는 3층에 있는 집으로 안내되었다. 집 안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림과 병풍을 비롯해 1800년대의 평양지도, 민비가 혼례때 입은 옷감 등…. 다양한 역사의 증거들이 우리를 반겼다.
고급스러운 한국 그림들과 한국풍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방 하나가 한국자료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한국 희귀본 자료들 상당수를 프리스턴에 기증하여 디지털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먼저 마펫 목사님과 인터뷰를 했다. 올해 96세가 되는 그는 앉고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고 손도 많이 떨었다. 무엇보다도 예전에는 또렷이 기억했던 것들이 희미해져 가는 것이 보였다. ‘좀 더 일찍 인터뷰를 할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석학이자 학자였던 그 자신도 세월 앞에서 희미해져 가는 자신의 기억을 안타까워했다. 이야기 도중에도 이따금 질문을 잊어버릴 때마다 사모님의 도움으로 다시 기억을 되짚어갔다. 
그의 삶속에 가장 힘든 시간은 한국교회가 분열하던 1950년대였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긍정적인 능력이 있고 장점이 많은 민족인데, 연합하지 못하고 자꾸 분열하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상대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열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이해하려 하면 좋겠다고, 그것이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뻐하며 한국의 역사를 알려주려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5000명 선교사 기록을 정리중

그렇게 목사님에 대해 인터뷰를 마치고 사모님과 인터뷰를 했다. 아름답고 현명한 분이라는 게 인터뷰하는 내내 느껴졌다. 대학원시절 1년간 베이루트에서 선교사로 봉사하다 다시 프린스턴에 왔을 때, 마침 중국에서 추방당해 고국으로 돌아온 마펫 선교사를 만났다고 한다.
1956년 함께 한국으로 와 연동교회에서 결혼예배를 드리고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사역과 더불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던 것이 그녀에겐 감사이자 기쁨이었다. 1959년부터 장신대학부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만난 그녀의 친구들 황화자, 주선애, 이광순 등 나이 많은 자매들과의 교제와 사역은 그녀를 행복하게 했다고 한다.
한국을 향한 사모님의 애정이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이 좋았고, 그들과 함께 성경공부 하는 것을 행복이라 여겼었는데 남편의 은퇴로 같이 미국에 올 수 밖에 없었음에 무척 아쉬워했다. 그녀는 미국에 돌아와 많은 선교사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일은 장장 20년 동안 진행되었다. 현재 5,000명의 명단을 정리중이다. 이 자료는 선교사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선교사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면서도 그들은 선교사가 되었다. 좋아하는 축구와 테니스를 맘껏 즐기며 고국에서의 삶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하며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는 일을 했다. 그들은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었다.

한병선
한병선영상만들기 대표로 한국의 3세대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는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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