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이야기]

“숙자 엄마! 오늘 넘 맛있어요!”

“우리는 그 권사님을 ‘(노)숙자 엄마’라고 불러요. 마치 그들의 엄마 같기 때문이지요.”
정말 그랬다. 그들을 안아주고 등 두들겨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남은 음식을 싸주곤 한다. 그뿐인가. 예배당에 오면서 술 냄새를 피우고 다닌다고,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고, 얼굴이 나빠졌다고 호되게 꾸짖고 격려하기도 하는 숙자 엄마. 그래서인지 ‘숙자’씨들은 숙자 엄마에게 고민도 털어놓을 만큼 가까워졌다.
“처음 우물가 예배를 시작할 때, 왜 이런 사역을 해야 하는지 목사님의 목회 방침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아니, 이해는 할 수 있어도 이 사역에 동참하기는 참 힘들었어요.”
‘숙자 이모’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이모’라고 말하는 것은, 가족이 해체된 이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그리운 것이 가족이고 또 그 사랑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

“도대체 예배가 뭔지, 예배를 드리러 온 건지, 잔칫상을 받으러 온 건지, 구분도 안 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뭘 기대할 수 있느냐고 이구동성 말이 많았어요. 저 역시도 그런 생각에 이 부서에서 봉사할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권사 임직을 받고 일을 피하는 것이 마음에 켕겨서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단다. 도우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강 이렇다.

냄새가 요란합니다. 형형색색의 냄새입니다. 목욕하지 않은 냄새뿐만 아니라, 술에 찌든 냄새에, 불결하기 짝이 없는 행색에 표현하기 어려운 눈빛들…. 이런 이들이 100여명씩 몰려오는 시간이면 온통 교회가 음산해지는 듯 했습니다. 교회 분위기 망친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없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목회 방침이기에, 순종하면서 매주일 그렇게 그들을 섬깁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주릴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태복음 25장)하시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바로 내게 한 것이라고 기록된 말씀을 묵상하는 한, 한 사람도 소홀히 여길 수 없었습니다.

한 숙자 엄마의 고백을 들어보았다.
“정말 섬기기 불편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지요. 그 고정관념이 깨지는 데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분들의 냄새도 의식되지 않아요. 이들이 겉모양의 초라함보다 더 마음이 아파 방황하는 사람들이고, 육체가 불편한 사람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정말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역 안에서 가족 같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은혜지요.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제공하기 위해 시장을 몇 바퀴 돌기도 합니다. 좋은 음식도 좋지만, 이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손을 잡아주고 품어주는 사랑과 관심인 것을 깨달은 이후 그것을 실천하면서 ‘숙자 엄마’가 제대로 된 느낌입니다.”

마음을 여는 노숙자들
 
이제 ‘숙자 엄마’같은 친근해진 섬김이들에게 ‘(노)숙자’들은 마음을 연다. 가정사를 털어놓는다. 집에 못가는 이유, 현재의 고민, 고통, 번민….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이 복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이제 대표기도도 하고 헌금도 들고 나오기도 한다. 희망이 없는 것 같던 눈초리가 달라진다.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팡이가 되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지팡이로 복음을 심는다.
숙자 엄마들, 숙자 이모들, 숙자 형님들, 숙자 선생님들이 이들을 그리스도 사랑으로 보듬어 안고 섬긴다. 병원에 가지 않는 이들에게 의료 진료도 때를 따라 실시한다. 이미용 봉사팀에서는 머리손질을 해준다.
어느 교회 우물가예배에 들어가 본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러나 섬김이 어느 누구도 이 냄새에 이맛살을 찌푸리는 이가 없다. 오히려 손짓 발짓으로, 그들이 쉽게 이해하고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두 팔로 큰 원을 그려가며 데살로니가전서 5장16~22를 가르친다. 숙자님들을 돌보는 한 안수집사님의 사랑과 열정 넘치는, 온몸으로 가르치는 성경공부가 그들의 영혼의 잠을 깨우는 것 같다. 그뿐 아니다. 힘없는 숙자씨들에게는 일일이 다가가 꼭 껴안고 “힘내야지!”하며 격려한다. 가슴에 그대로 감동이다.
이 사역은 한두 교회의 사역이 아니다. IMF가 터졌을 때 거리로 나앉게 된 노숙인들. 그들을 대하는 눈초리가 차가웠지만, 말없이 많은 교회들이 보듬고 사역하고 있다. 오직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을 품고. 건강한 교회들이 구석구석에서 빛 되신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있다.
여기서 새 삶을 시작하는 힘을 얻는 이들, 노숙자 사역자로 나서는 이들, 가정으로 돌아가는 이들, 숙자인 채로 있지만, 그 심령이 새로워지고 있는 이들, 여전히 아직 기대하기엔 먼 곳에 있지만, “주님이 포기하지 않으시니 우리도 포기할 수 없다”며 묵묵히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박에스더 기자 hipark@iwithjes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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