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공동체에 일어난 일은 하나님이 까마귀를 통해 선지자 엘리아에게 먹을 것을 공급했던 것과 같은 이적의 역사였다. 하루하루가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해 살아가는 ‘엘리야의 삶’이었다.

 

지난 90년대 한국 CCM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분명히 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믿음의사람들’


믿음의사람들은 90년대 초반, ‘기쁨찬양선교단’(단장 이성국)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CCM계에 등장해 ‘주찬양’, ‘옹기장이’ 등과 함께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이 팀은 이후 ‘룩뮤직’이란 기획사를 만들어 보다 조직적이고 실험적인 CCM 형식을 선보였다.
룩뮤직이 기획해 선을 보인 앨범이 락그룹 ‘예레미’의 1집과 댄스그룹 ‘아가파오’의 춤과 노래였다. 이들의 등장은 젊은 크리스천과 음악 사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었다. 또 당시 룩뮤직과 함께 활동했던 한정수, 한정실도 보다 깊어진 앨범과 사역으로 룩뮤직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비록 CCM에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이들이 만든 티셔츠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믿음의사람들’이라는 로고가 가슴에 크게 새겨진 흰색 면 티셔츠는 여름수련회 때면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던 필수 아이템이었다.
그렇게 많은 인기를 누렸던 믿음의사람들이었지만, 어느 순간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국 CCM의 부침(浮沈)과 함께 조용히 망각의 이면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당시 믿음의사람들을 이끌었던 이성국, 한정수 등 핵심 멤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좋은땅교회

서울에서 경기도 벽제를 거쳐 파주와 문산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 서울외곽순환로와 겹쳐지는 통일로IC를 지나 파주·문산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다보면, 희망마을을 500여 미터 지난 지점 길가에 한 채의 예쁜 예배당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작은 종탑과 벽면이 편안한 녹색으로 채색된 이 교회의 이름은 ‘좋은땅교회(김상원 목사, www.goodsoil.net)’다.
마루처럼 지면에서 약간 높게 나무로 만들어진 현관을 지나 교회 내부로 들어가면 좀 더 아기자기한 풍경이 나타난다. 본당 전면 강대상이 놓여 있어야 할 단상에는 강대상 대신 신디사이저와 드럼, 기타 등 악기들이 놓여 있고, 벽에는 아름다운 컬러 일러스트들이 몇 점 붙어 있다. 특이하게도 이 일러스트들 바로 아래에는 벽에 고정된 사각형 받침대들이 붙어 있고, 연두색으로 채색된 받침대 안에는 화분과 십자가들이 들어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쪽 벽에도 음악과 교회를 상징하는 커다란 일러스트들이 그려져 있고, 교인들이 앉는 의자는 예쁜 연두색 커버로 씌어져 있고, 심지어는 창에 드리워진 커튼들조차 연두색으로 물들어 있다. 교회라기보다는 동화 속에 나오는 놀이동산이나 꼬마들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유치원 놀이방 같기도 하다.

‘예쁜’ 교회의 비밀

그런데 이 ‘예쁜’ 교회에는 몇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첫 번째는 성도의 절반 정도가 문화사역공동체 ‘기쁨의집’ 사람들이라는 것. 한 공동체가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위해 세운 교회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오픈’되어 있는 교회라는 점. 이 교회는 지역의 다른 작은 개척교회들에게 예배당을 ‘빌려’주기도 하고, 인근의 몇 개 교회와 연합해서 함께 예배를 드리거나 부흥회를 하기도 한다.
교회를 ‘빌려 준다’는 말은 언뜻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부연 설명을 필요로 한다. 즉, 좋은땅교회는 인근의 작은 개척교회가 자체적으로 행사를 해야 하는데, 그 교회의 공간이 부족하거나 시설이 미흡해서 제대로 행사를 할 수 없을 때, 그 교회가 제대로 행사를 열 수 있도록 교회의 시설을 개방해준다는 말이다.
좋은땅교회의 이런 독특한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교회의 모체가 된 문화사역공동체 기쁨의집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쁨의집은 기독교 음악·미술인 등 예술인 70여명이 함께 일하고, 함께 예배하고, 함께 생활하는 사역공동체이다. 짐작했겠지만, 앞에서 언급됐던 믿음의사람들도 이 공동체 안에 한 분과로 포함되어 있다.
헌데, 기쁨찬양선교단이 믿음의사람들로 바뀌고, 믿음의사람들이 토대가 되어 룩뮤직이란 기회사가 설립되고, 룩뮤직의 멤버들이 다시 기쁨의집을 설립하는 과정에는 어느 찬양사역자들의 비전과 고난,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은혜가 다양하게 녹아들어 있다.

IMF의 기억

199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IMF 외환위기’는 한국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믿음의사람들 역시 이 위기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절박한 경제적 위기로 내몰린 이들은 공동체가 해체될 기로에 서게 된다. 최후의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 믿음의사람들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결혼을 안 한 멤버들은 사례비 없이 100% 헌신하기로 결단한다. 당시 이들이 드린 기도는 “하나님께 저희 삶을 바치겠습니다. 하나님이 책임져 주십시오”였다.
공동체 리더인 이성국 총무의 고백에 따르면, 이때부터 이들 공동체에 일어난 일은 하나님이 까마귀를 통해 선지자 엘리아에게 먹을 것을 공급했던 것과 같은 이적의 역사였다. 홍수 피해가 난 지역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러 가던 트럭이 길을 잃어 이들에게 전달하려던 물품을 그냥 내려주고 가거나, 전혀 모르는 기독교인들이 기도 중에 쌀을 가져다주라는 응답을 받고 찾아오는 것과 같은, 하루하루가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해 살아가는 ‘엘리야의 삶’이었다.
이 총무는 그때를 생각하면 경이로운 하나님의 섭리에 전율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꼭 우리가 먹고 쓸만큼만 주셨습니다. 정확히 딱 그만큼이었습니다.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헌신하고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때 우리는 부름받은 사역자는 1,000원을 가지고도 1만원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계속되는 이적
         
이렇게 IMF를 견딘 믿음의사람들은 현재 기쁨의집이라는 문화사역공동체로 안정적인 기틀을 잡았다. 공동체 초기 20대 전반의 풋풋했던 헌신자들은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 어느덧 30~40대 장년이 되었다. 결혼한 멤버들이 늘고 이들 사이에는 아이들도 태어나 공동체의 규모는 커지고 구성원도 다채로워졌다. 그러다보니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좋은땅교회는 이런 공동체의 자연스런 필요의 결과였다.
그런데 교회를 세우는 과정에서 놀라운 일들은 계속됐다. 교회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기쁨의집으로서는 교회를 세울 땅도, 건축비도 없었다. 그러니 교회의 설립은 일종의 막연한 꿈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해 초, 지금의 교회가 있는 서 있는 땅의 소유주가 무상으로 자신의 땅에 교회를 지으라고 허락을 해준 것이다.
김상원 목사는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역사라고 믿고 있다. 공동체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었던 것이다. 무상으로 얻은 땅에 기쁨의집 전 구성원들이 달려들어 직접 교회를 지었다. 외부 철골과 골조 외에 다른 모든 것은 기쁨의집 구성원들이 직접 만들었다. 아이들까지 합세해 교회에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했다. 그렇게 해서 공동체가 직접 세운 ‘예쁜’ 개척교회가 만들어졌다.
교회를 세운 후에도 ‘이적’은 계속되었다. 불신자였던 땅 주인이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고, 교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사람이 들어와 보고는 교회가 예쁘다며 출석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교회에서는 예술인 부모의 대를 잇는 2세대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찬양을 하고 판토마임 같은 공연도 한다. 이 교회의 예배는 예배이자 하나의 공동체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공연이 되었다.

미래를 준비하며

이성국 총무는 기쁨의집 사역이 계속해서 외부로 뻗어나가길 소망하고 있다. 그것도 문화라는 ‘효과적인’ 사역의 틀 속에서.
“처음 공동체를 만들었을 때는 지도자 양성을 비전으로 품고 있었습니다. 왜 이 땅에는 탁월한 지도자, 존경받는 지도자가 없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다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는 ‘여자’가 없구나! 남자를 세우고 남자를 권면해서 탁월한 지도자로 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여성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총무의 비전은 이제 여성에서 ‘교사’로 넘어가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지도자를 양성하는데는 좋은 부모이자 좋은 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 총무의 비전은 각종 액자와 소품과 같은 팬시상품을 제작하는 미술사역에서 전국 8개 세이브존 백화점에 ‘기쁜날의축제’라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일로, 선교축구단인 ‘조이축구선교단’으로 지경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조이축구선교단은 기쁨의집 공동체 내의 아이들과 외부의 불신가정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신앙으로 묶이고, 기쁨의집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역의 군부대와 학교, 지역 축구 동호회들과 친선 경기를 통해 복음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찬양과 헌신, 문화와 신앙, 공동체와 교회, 축구와 복음이 어우러지고 맞물리며 세상을 향해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기쁨의집 사역은 공동체 사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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