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3호 우물’ 지원 위해 나눔 음악회 연 ‘파크리오맘’

잠실시영 재건축 아파트 ‘파크리오’ 거주 주부들의 친목 단체인 ‘파크리오맘’(http://cafe.naver.com/parkriomom, 이하 팍맘)이 자투리 돈을 모아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어 화제다. 회원 1,200명의 ‘파크리오맘’은 ‘엄마의 마음으로’ 벌써 탄자니아,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지역 2곳에 우물을 파주는 등 개설 3년 만에 2,500만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또 팍맘 3호 우물 지원을 위한 나눔 음악회가 11월 19일(토) 오후 4시 파크리오 B상가 5층 비전사랑의교회에서 열린다.

 

친목카페라기보다는 기부카페

“마흔 되기 전까지는 기부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어요. 500원, 1000원 정말 우습게 생각했죠. 그런데 우물 2개 파고 나니까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어요.”-강민주 주부

“동시대 아이들이 굶주리고 물도 못 마시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모두 ‘엄마의 마음으로’ 하는 거죠.”-박소현 주부

“엄마들 카페는 많아요. 다른 카페 활동도 해봤는데 팍맘의 다른 점은 기부죠. 일부러 찾아서 하기는 힘든데 카페 활동하면서 쉽게 기부할 수 있으니 참 좋아요.”-윤이정 주부

엄마들 카페라면 어디나 활발하게 진행되는 작아진 아이 옷, 아이용품, 살림살이 나눔에 기부기금을 넣었다. 머리끈 하나 팔아도, 장보기를 대신해줘도 품목당 기부기금 500원이 붙는다. 공동구매 10퍼센트 기부는 물론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강좌도 강사비 재능기부가 이뤄진다. 하루 평균 8건, 한 달이면 이런 짜투리 돈이 모여 100만 원 쯤 된다. 이렇게 해서 작년 한 해만 1,300만 원이 모였다. 아이티 지진, 일본 쓰나미 등 사안에 따라 번개기부도 진행된다. 친목카페라기보다는 기부카페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정도다.

2009년 9월 기부통장 개설 이래 ▲국내 결식아동돕기 210만원, 우간다 아동지원기금 200만원(2009년 12월) ▲아이티 기부 150만원(2010년 2월) ▲탄자니아 팍맘 우물 1호 840만원, 국내 결식아동 쌀 60만원, 장애보조기구 제작비 지원(2010년 12월) ▲일본 쓰나미 긴급 기부 240만원, 국내 결식아동돕기 240만원(2011년 3월) ▲모잠비크 팍맘 우물 2호 500만원(2011년 6월) 등 개설 3년째, 기부 개시 2년 만에 무려 2,500만원을 기부했다.

팍맘 카페는 파크리오 입주가 시작된 2008년 8월보다 두 달 앞서 개설됐다. 개설 1년 만에 회원 500명, 3년째인 지금 1,2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검증 절차도 까다롭다. 동 호수, 아이들 이름 등을 꼼꼼히 기입해야 한다. 물론 결혼한 예비엄마도 가입할 수 있다.

 

도심의 이웃사촌

개설자인 임유화(35)씨 역시 평범한 주부다. 경력을 따져보면 교회에서 학생회 임원, 결혼 전 회사에서 영업이나 홍보 일을 해본 정도.

“입주 초기 모두들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필요에 의해 뭉쳐진 거죠. 정 쌓이고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 6개월 정도 필요했고, 본격적인 카페 활동이 시작되면서 기부기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강제는 아니구요. 500원, 1000원, 주부들이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자투리 돈들이에요.”

친목 모임도 활발하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들도 정보를 공유할 동네 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엄마 띠, 아이 띠별 모임, 두 자녀 엄마 번개, 취미 모임 등 필요에 따라 모임은 계속된다. 물건을 전달하면서 알게 되고, 릴레이 소개 등을 통해 만남이 계속된다. 정보에 소외된 직장맘들조차 직장 소재지별 모임을 가질 정도. 팍맘에서는 직장맘도 결코 소외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전문 직종 등 일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 있으니 중요한 정보원이다.

또 전업주부들은 자신의 아이를 돌보면서 놀이터, 학원, 아파트 곳곳에서 직장맘 자녀들을 돌봐주고, 카페에 실시간 동향도 올려준다. 그러다보니 도심 한복판에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심지어는 이사를 했어도 OB모임을 만들어 끼워주고, 이사 갔다가도 그리워서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송주연(36)씨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1년간 정말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비록 외부에서도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너무 그리웠어요. 그래서 전셋값이 무려 2배나 뛰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쪽으로 다시 이사 온 것은 순전히 팍맘 때문이에요.”

요리는 물론 살림에도 자신이 없던 박소현(34)씨는 팍맘을 통해 살림 고수가 됐다.

“초창기 할 수 있는 요리 메뉴가 3가지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요리 고수가 됐죠. 그뿐 아니라 같은 구조의 집이다보니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 수납 및 정리 방법도 배울 수 있고, 살림·청소 노하우까지 공유하니 지금은 생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기부 마니아들

기부에 맛을 들인 팍맘들은 기부 마니아가 됐다. 끊임없는 기부 아이템 개발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입을 모은다. 1년 중 가장 큰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나눔 음악회를 앞두고 준비 모임을 갖는 등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눔 음악회는 주민은 물론 외부 인사들의 재능 기부로 진행된다. 올해로 두 번째, 아파트 상가의 교회에서 자리를 내줬다. 음악회 때 나눌 음식들은 파크리오 실세로 떠오른 팍맘을 위해 상가 상인들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다. 티켓수익금은 모두 팍맘 3호 우물 지원에 쓰여질 예정.

이 정도라면 도시생활도 결코 삭막하지 않다. 팍맘의 90퍼센트가 30대, 취학 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엄마가 된 X세대’들의 신 커뮤니티가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조수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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