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니에서 바나나로 옮겨간 희망, 두 어린이 합창단 이야기

[책] 기적을 노래하는 천사들 | 김재창 지음, 두란노 펴냄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먹고, 자고, 뛰어놀고 있었다.’
여행 작가 신미식은 고로고초 마을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자신의 책 <지라니 합창단, 희망을 노래하다>(끌레마)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신씨가 본 고로고초 마을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매일 쏟아지는 수십 톤의 쓰레기로 형성된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처참한 것은 주민의 80%가 직업이 없어서 이 쓰레기더미에서 하루의 일용할 양식과 내다팔 물건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곳은 아프리카의 원초적 생명력을 상실한 채 지독한 악취로 찌든 빈곤의 꼭짓점이었다.

빵보다 희망을 선택한 아이들
그런 곳을 찾아간 한국인 목회자가 있었다. 2005년 12월 구호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았던 임태종 목사는 2006년 지휘자 김재창씨와 함께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을 만든다. 굶주림에 지쳐 하루 종일 쓰레기장을 배회하는 아이들에게 노래는 과연 무슨 의미였을까? 오히려 일용할 한 덩이의 빵이 더 절실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2006년 8월 80여명의 고로고초 마을 어린이들은 빵이 아니라 노래를 선택한다. 임 목사와 김씨가 이 어린이들에게 주었던 것은 당장의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노래할 수 있는 ‘희망’이었고, 아이들은 빵보다 이 희망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케냐 최초로 대통령 앞에서 노래한 슬럼가 아이들’이 되었고, 지구를 반 바퀴 돌아 한국의 ‘스타킹’에 출연한 합창단이 되었고, 전 세계인들에게 ‘빵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일깨워 준 ‘놀라운 아이들’이 되었다.

다시 시작된 희망
그 후 4년, 지라니 합창단을 이끌던 김씨는 사역지를 옮긴다. 이번엔 해발 600미터 인도의 뿌네라는 빈민가다. 모두가 맨발이고 집 한 칸 없이 길바닥에서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 이런 곳에서 김씨는 다시 어린이 합창단을 시작한다. 합창단의 이름은 ‘바나나’. 힌두어로 바나나는 ‘변화하다, 건축하다, 만들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김씨가 만든 바나나가 무엇을 변화시키고, 무엇을 만드는 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케냐의 희망을 인도의 뿌네로 옮겨온 것뿐이다.
아이들은 한결 같다. 뿌네의 아이들 역시 ‘빵 보다는 희망’을 선택했다. 자주 합창단 연습에 빠지던 에스더, 그 아이를 찾아간 김씨 앞에 펼쳐진 에스더의 현실은 물을 긷고, 동생들을 돌보고, 엄마의 꾸중을 들어가며 끊임없이 계속해야 하는 집안일이었다.

‘엄마의 재촉에 아이는 우리와 이야기할 틈도 없이 양동이에다 동생들의 옷가지를 집어넣었다. 민망한 상황에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하고 돌아서는 나의 뒤통수를 향해 그 엄마는 못 박듯 말을 남겼다.
“노래는 무슨... 지금 다니는 학교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그러면 일찍 시집보낼 거예요. 한 사람이라도 입을 덜어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나마 얘가 딸이라 일도 할 수 있고 시집도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우리 앞에서 아이를 다그치는 그 엄마에게, 또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 말없이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다급하게 쫓아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에스더였다.
“왜 그러니?”
“저, 합창단 계속하고 싶어요. 저도 데려가 주세요. 우리 엄마한테 다시 말 좀 해 주세요.”
가슴이 찡했다. 무대에 선 적도 없었고 아직은 음악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우리와 함께 합창단을 하면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아이는 용기를 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한편, 이 책 속의 인도 바나나 어린이 합창단은 이달 24일부터 한 달 동안 한국을 방문해 백석아트홀과 인천 행복한교회, 노량진 송악대교회, 목동 성문교회 등지에서 공연을 갖는다.

공연 일정
10/26(수) 백석아트홀 오후 7시
10/29(토) 인천 검단 행복한교회 오후 7시
10/30(일) 노량진 송학대교회 오후 3시
11/1(화) 과천예술회관 오후 7시
11/4(금) 목동 성문교회 오후 7시
11/6(일) 김포중앙교회 오후 2시
11/11(금)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 오후 7시
11/14(월) 광화문 교보 컨벤션홀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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