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젊은이들이 미국의 월가(街)를 뒤덮었습니다. ‘탐욕적 금융자본’에 항의하는 시위였습니다. 이 시위는 미국을 넘어 유럽과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렸습니다. 지금까지 80여 개 국 1200여 개의 도시에서 시위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시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시위의 원인이 미국 경제의 파탄과 금융권의 끝 모를 욕심에 있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을 때도 미국의 월가는 천문학적인 보너스로 ‘그들만의 잔치’를 즐겼습니다.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며 탐욕스럽게 ‘돈’을 움켜쥔 월가의 모습은 이달 8일 숨진 영국의 ‘11세 천사’ 해리 모즐리 군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버밍엄에 살았던 해리는 일곱 살이던 2007년 2월 희귀성 뇌종양인 ‘모양세포성성상세포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5만 명 중 한 명 꼴로 나타난다는 이 희귀성 종양 때문에 해리는 화학요법을 이용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수술을 통한 종양의 제거 또한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해리가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아저씨를 만난 것은 2009년 병원에서였습니다. 55세의 사업가였던 이 남자와 해리는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해리는 팔찌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수익금을 뇌종양 연구기금으로 기부해 친구의 치료를 돕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해리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팔찌 판매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뇌종양에 걸린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슈퍼마켓이나 쇼핑센터에서 팔지를 팔았고, 강연도 했습니다. 해리의 이야기가 알려져 고든 브라운 전 총리를 비롯해 여러 유명 인사들이 해리의 팔찌를 구입해 착용했습니다. 해리는 모두 2만여 개의 팔찌를 팔아 총 50만 파운드(9억 1200만원)를 모금해서 영국 암 연구소에 기부했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올 8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대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이달 8일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월가와 해리는 똑같이 돈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와 목적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하나는 ‘추악한’ 돈이었고, 하나는 ‘아름다운’ 돈이었습니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는지까지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족일 것입니다. 해답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용기’를 영국의 11세 소년이 자신의 짧은 삶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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