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햇빛발전소 소장 김기석 목사

적지 않은 양이다. 하나님의 기준으로 이 발전소의 가치를 따진다면, 30년 된 나무 200그루가 심긴 것과 같다 하겠다. 끙끙 앓는 하나님에겐 몇 안 되는 희망 중에 하나다.

어느 유대인 랍비가 물었다. 왜 하나님이 흙으로 짐승을 만들어 아담 앞에 끌고 왔겠냐고. 우리의 대답은 간단하다. 이름을 지어주라고.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니 틀린 답은 아니다. 그러나 랍비는 더 그럴듯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 까닭은 바로, 함께 경탄하자고 한 것입니다.”
인간과 함께 창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그 감동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불행히도 지금은 아무도 창조물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 산소 없이는 1분도 버틸 수 없는 인간이 산소를 만들어내는 식물을 보며, 전혀 놀라지 않는다. 놀라움과 감탄의 멈춤. 김기석 목사는 여기에 타락의 근원이 있다 한다.
“지하철 여의나루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세워 주지를 않더라고요. 불꽃놀이 축제를 구경하러온 인파가 너무 많아 그대로 통과한 거였어요. 내려서도 한참을 꼼짝 못했지요. 그러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를 보며 분노가 치밀었죠. 좋은 자리에서 불꽃을 보겠다고, 꽃밭의 꽃들을 무참히 짓밟아 논 거에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불꽃에는 ‘와아~ 와아!’ 괴성에 가까운 탄성을 지르나, 꽃을 짓밟은 채로다. 생태학적 감수성이 없기 때문이다. 창조의 감탄사를 다른 것들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그래서 교회학교 커리큘럼에 꽃 한 송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내용을 포함했다. 꽃 앞에서, 그것을 오래 관찰하는 아이일수록 그 삶이 풍성해진단다. 꽃에는, 하나님의 창조물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교회 앞마당 쓰레기가 몰래 버려지던 곳에, 꽃을 심어 놓으니, 이내 사람들이 쉬며 사진도 찍는 공간이 되었다.


우주공간에서 우리의 별 지구는 다른 별 하나를 만난다.
그 별이 지구에게 묻는다.
“너 잘 지내니?”
우리의 별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지가 못해. 나는 호모 사피엔스를 태우고 다니거든.”
그러자 그 낯선 별이 지구를 이렇게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까짓것, 신경 쓰지 마. 금방 사라질 거야.”
  - 프란츠 알트의 <생태주의자 예수>

 

그는 이 책, <생태주의자 예수>의 일독을 권했다. 이천 년 전 나사렛에 실재했던 예수가 시냇물, 들판, 태양, 바람과 사랑에 빠지고, 동물, 식물과 어울리며 농사꾼 냄새를 풍겼던 그 생태적 예수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예수의 모습을 닮아가는 이들의 삶도 펼쳐진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삶이 곧 예수적 삶이었다. ‘생태계 위기에 대하여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 기독교는 예수의 핵심을 이미 저버린 셈’이라는 구절이 정곡을 찔렀다. 그리고 김 목사의 눈에 띈 것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독립을 이룬 쇤아우였다.

그 교회처럼 될 순 없을까, 교인들을 설득했다. 해서 만들어진 게 햇빛발전소다. 발전소 안내판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우리가 이곳에 청파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것은 창조질서의 보전이 하나님의 명령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초라해 보일지 모르는 이 발전소는 한달에 350키로와트의 전력을 만들어낸다. 한 가정이 쓰고도 남을 양이다. 여기서 생긴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면 매달 25만 원씩 들어온다. 전기료 못 내는 어려운 이웃, 난방비가 없어 추위에 떠는 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적지 않은 양이다. 하나님의 기준으로 이 발전소의 가치를 따진다면, 30년 된 나무 200그루가 심긴 것과 같다 하겠다. 끙끙 앓는 하나님에겐 몇 안 되는 희망 중에 하나다.


끙끙 앓는 하나님
누구보다도 당신이 불쌍합니다
우리가 암덩어리가 아니어야
당신 몸이 거뜬할 텐데

피둥피둥 회충 떼처럼 불어나며
이리저리 힘차게 회오리치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벌건 욕망들
- 최승호의 ‘몸’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창조 세계의 참극이 김 목사의 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인다.
“독극물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땅속의 미생물, 맹독성 농약 세례를 받는 먹을거리들, 시커먼 기름덩이를 뒤집어쓴 가마우지, 시멘트 구조물 위에서 태어나 그 위에서 사육되다가 죽어가는 소, 전쟁터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들, 물을 찾아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가는 사람들…”
이들의 현실에 눈을 감고 어찌 하나님을 ‘믿는다’ 말할 수 있을까? 교인들의 신앙이 바뀌기 시작했다. 창조 세계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음식물 찌꺼기를 만드는 게 죄임을 깨달았다. 신음하는 창조 세계를 뒤로한 채, 1년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15조를 들이는 게 죄악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진짜 죄는 우리의 삶속에 깊이 들어와 있음을 깨우친 것이다.
400명 정도가 식사를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250그램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앙이 실천으로 이어진 덕분이다.


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래!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
수십억 마리 미생물이 밀어올리는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 정현종의 ‘한 숟가락 흙 속에’

아담에게 동물을 데리고 오던 두근거리던 그때처럼, 언젠가 다시 인간과 함께 감탄하리라. 그분은 창조의 비밀을 꼭꼭 숨겨두었다. 흙 속에, 꽃 속에, 바람사이에….
이를 발견한 김기석 목사에게서 그날 아담의 탄성이 들리는 듯하다.

이범진 기자

 



지난 9월 <아름다운동행> 조찬 대화모임은 김기석 목사의 환경목회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이날 함께 한 분들의 목소리를 더합니다.

“녹색연합 대표를 11년 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한국 교회가 얼마나 답답한지 생각한다. 새벽기도가 좋긴 좋은데, 특별새벽기도회라고 해서 멀리 있는 사람들도 참여하도록 하는 기도회가 있다. 물론 특별한 운동으로 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겠지만, 조금 자제하고 교회가 솔선하는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 새벽 시간은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시간이다. 자가용으로 새벽부터 도심의 공기를 더럽힐 필요도 없이, 조금 내용을 달리해서 특별새벽기도회를 하면 어떨까? 에너지 사용도 줄이고 자동차의 가스 배출도 줄이며, 발상의 전환을 하는 교회들이 보이기를 기대한다. 이런 일은 캠페인으로 벌였으면 좋겠다.” - 박영신 명예교수(연세대)

“보수적 입장에서 본다면 환경신학에 대한 신학적 검증과 교육이 선행되면 더 좋겠다. 특별계시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교회의 일반적 경향을 감안하여, 일반계시에 해당하는 환경과 자연 이야기는 신학적 정리를 해주면서 더 체계적으로 되면 효과적이겠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 많았으면 좋겠다.” - 림택권 전 총장(아세아연합신대)

“진보 쪽 교단들은 교단 안에 환경위원회도 있고, 환경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신학적으로 어떻게 보아야 할지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보수교단들은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것 같다. 내용은 좋은데, 어떻게 교인들을 설득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많은 이들을 설득해서, 이런 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학적 뒷받침과 함께,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유병근 목사(남도교회)

“생태문제를 이데올로기로 끌고가지 않고 생활의 담론으로 이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김기석 목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크게 감명을 받았다. 교인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에서다. 결국 교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들의 입을 통해, 문제의 해결점을 도출해내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대형교회들이 이런 운동을 작은교회가 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하는 운동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 김요한 대표(새물결플러스)
 
“목회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발언해서, ‘운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한 교회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계속 확산되어야 하겠다. 햇빛발전소 설치비용이 엄청난 줄 알았는데,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1,000만 원, 받지 않으면 2,000만 원이라는 사실에, 한국 교회가 충분히 기여하고 또 참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박원홍 목사(서울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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