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 한 농촌에서 목회하시는 오 목사님 이야기입니다. 눈이 내리는 날 목사님은 마을로 접어드는 언덕 길에서 빨간 장갑을 끼고 교통정리를 합니다. 내려오는 차와 올라가는 차를 통제하여 미끄러지지 않고 움직이도록 땀을 흘리며 움직입니다. 차를 운전하는 마을 사람들이 빨간 장갑의 목사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며 떠나갑니다.
보건소에서 무료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날은 목사님이 접수대에 앉아 접수를 받습니다. 글을 못 쓰는 어르신들도 목사님 앞에서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면 목사님께 혼이 납니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목사님의 불호령을 무서워하지도 상처를 받기는커녕 혼을 내는 목사님도 혼이 나는 아주머니도 그저 웃기만 합니다. 성탄절 무엇보다 즐거운 선물은 목사님이 주는 통닭입니다. 목사님은 마을 아이들 모두에게 통닭 한 마리와 콜라 한 병을 배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늘 가난하고 목사님도 혼자 살기조차 힘든 돈으로 살아가지만 매년 마을 아이들을 위한 통닭 배달은 끊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교생이 모두 70명인 이 마을의 초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명이 교회에 나옵니다. 어느 해인가, 여름성경학교를 방학식 하는 날 아침부터 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교회로 와 버려 학교 선생님들이 참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선생님이 방학을 하기 전에 먼저 교회에 전화하여 여름성경학교 날짜부터 물어봅니다. 이 마을에서 목사님의 일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심지어 초상이 나면 상주는 목사님을 찾아와 부고장을 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의례적인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래서 목사님은 군수상을 두 차례나 받았습니다. 꼭 필요한 교회, 꼭 필요한 목사님입니다. <아름다운동행>이 한 돌을 맞으며 갖는 꿈도 어쩌면 이런 것입니다. 10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매체, 한국교회가 푸른 꿈을 펼쳐나가는 데 동반자 같은 매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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