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용이 DID로 신앙하기


춘천에 강의가 있던 날, 나는 강의시간보다 무려 두 시간 반을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으므로 차 안에 있기도 그렇고 해서 커피숍을 찾았다. 하지만 아침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연 곳이 없었다. 그러다 문을 반쯤 연 빵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빵집에는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샌드위치를 만드는 중이었다.

“지금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요?”
“네에, 하지만 아침이라 따뜻한 것은 아직 안 되고 아이스커피는 됩니다.”
나는 아이스커피와 빵 두어 개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최근에 다시 시작한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꺼내 읽었다.

“영어공부하시나 봐요?”
빵을 들고 온 주인아주머니가 내가 읽던 책을 보면서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아주머니는 작심한 듯 영어공부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러시군요. 제가 영문학과를 나왔거든요. 저도 한창 공부할 때는 정말 3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영어공부만 했답니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지 제가 좀 알려드리고 싶네요. 일단 한 문장을 스무 번씩 읽고 나서 전체적으로 다시 열 번을 읽으세요. 그 다음 한글 문장을 보면서 영어로 말해보는 겁니다. 이렇게 한글을 영어로 바꾸는 연습을 해야만 진짜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리고 책을 통째로 가지고 다니지 말고 그날 분량을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세요. 그래야 언제든 꺼내서 볼 수 있고, 그날 분량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 다 끝낼 수 있거든요. 저는 쉰다섯 살에 영어를 시작했답니다.”

“그럼 55세가 넘으셨단 말씀이세요?”
“올해 예순일곱인 걸요. 지금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지요.”
“그러세요? 언뜻 보기엔 50대 초반으로도 안 보이는 걸요.”

그러니까 할머니는 38세에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일본어에 능하고, 55세에 방송통신대 영문학과에 입학해 3년 만에 졸업하였으며, 지금은 중국어를 공부하는 중이다. 할머니는 짧은 시간에 자신이 깨달은 영어공부 방법을 여러 가지 알려주었다.

커피숍을 찾지 못해 우연히 들어간 빵집에서 나는 50대처럼 보이시는 67세의 할머니로부터 영어공부 코칭을 아주 제대로 받고 나온 셈이었다. 내가 할머니 연세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오늘 만난 할머니처럼 살고 싶었다. 무엇인가 끊임없이 배우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말이다. 

사라는 100세에 아들을 낳았다. 사람 생각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지만 창조주시라면 가능한 일이다. 그분이 허락하신 날까지 나는 꿈을 꾸고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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