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밥퍼 어머니’ 최현숙 목사

머나먼 외국생활에 지친 유학생들에게 최 목사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최 목사에게도 유학생들은 자식처럼 여겨졌다. 사연은 다르지만 낯선 이국생활에 지친 그들은 가족이 되어갔다. 철부지 투정에서부터 심각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최 목사와 유학생들은 서로 안아주고, 때로는 함께 목 놓아 울곤 했다.


 “이곳은 프랑스의 전형적인 19세기 시골 모습 그대로였지요. 대지 7000평에 3층 주택, 마굿간, 축사, 닭장, 창고, 방앗간, 다락방 등 허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프랑스 보베 근교에 있는 ‘예수님의 마을’(최현숙 목사·72세) 설립 당시의 모습이었다. 최 목사는 이후 7년 동안 폐허와 같았던 마구간을 성인 네 명이 사용할 수 있는 12개의 방으로, 축사를 카페와 식당으로, 창고와 방앗간은 300명이 자리할 수 있는 예배당으로, 다락방은 60명이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기도실과 세미나실로 만들었다. 현재 ‘예수님의 마을’은 200여 명의 다인종이 모여서 예배와 기도, 세미나 등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돈이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니었다. 최 목사는 “‘예수님의마을’ 곳곳에 눈물과 땀이 배어있습니다. 19년간 프랑스에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요”라고 말했다.
1992년, 무역업체를 힘겹게 경영하던 최 목사는 거래처의 문제해결을 위해 비행기 티켓과 100만 원을 손에 쥐고 프랑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일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체류기간 연장을 거듭하다, 결국 돈이 부족하여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고3인 아들에게 ‘엄마가 2주 후에 올 테니 시험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돈 3만 원만 쥐어준 채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아들 걱정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노숙생활을 하던 최 목사를 받아준 곳은 한인교회였다. 그곳에서 최 목사는 생계를 빚지며 하나님께 매달렸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유학생들의 어머니가 되라’는 우레와 같은 음성을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뭘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더니 ‘내가 할 테니 너는 믿음으로 따르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이후부터 유학생들이 하나둘씩 교회로 오기 시작했지요.”
머나먼 외국생활에 지친 유학생들에게 최 목사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최 목사에게도 유학생들은 자식처럼 여겨졌다. 사연은 다르지만 낯선 이국생활에 지친 그들은 가족이 되어갔다. 철부지 투정에서부터 심각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최 목사와 유학생들은 서로 안아주고, 때로는 함께 목 놓아 울곤 했다.

이 와중에 최 목사는 ‘사랑의전화’를 개설하기로 마음먹었다. 향수병,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유학생들의 전화를 받으며 고민을 들어주고 직접 만나 보듬었다. “죽고 싶다”며 자신이 있는 곳을 외칠 때마다 부리나케 달려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인지, 날마다 유학생들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최 목사는 만두집, 민박 등을 운영하면서 유학생들의 먹거리와 마음 편히 쉴 곳을 제공했다. 100인분 넘는 식사를 손수 준비하면서 손과 발은 부르트고 몸살에 걸린 적도 많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런 최 목사를 두고 사람들은 ‘파리의 밥퍼’ 또는 ‘파리의 김치 어머니’라 부르며 찬사를 보냈다.

1997년부터는 한인 성도 및 유학생들과 ‘사랑의 소리 선교단’을 조직하여 지하철역, 양로원, 교도소, 병원, 미자립교회 등을 순회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2003년에는 “만민의 기도하는 집을 지으라”(사 56:7)는 말씀에 감동받아 ‘예수님의 마을’을 설립, 국가·인종을 초월하여 유학생들에게 영적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파리 쁘앙드쥬흐교회는 평신도이면서도 선교활동에 앞장선 최 목사에게 감동하여 2003년, 그녀를 최초의 한인선교사로 임명했다. 최 목사의 활동은 한국에도 알려지며, 한국교회는 그녀를 목사로 임명했다(예장중앙).

어려움도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였던 최 목사는 2004년 9월에 임파선암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투병생활을 했다.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지 물었더니, 그녀는 하나님께서 쓰시는 대로 쓰임받다 그 분의 품으로 가게 될 것을 믿기에 염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목사는 ‘쓰임’을 받아서 닳아 없어져 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목사는 목자인 예수님을 따르는 ‘양치기 개’이지요. 주님은 저를 유학생 ‘양’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개가 되게 하셨습니다.”
한편, 최 목사는 2009년부터 유럽재복음화에 대한 사명을 느껴 매년 한차례씩 한국에서 선교사들을 초청, 유럽선교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3차유럽선교컨퍼런스’는 오는 6월 27일부터 5박 6일간 프랑스 ‘예수님의 마을’에서 개최하며, 유럽선교를 희망하는 사역자들의 참여를 고대하고 있다.(문의: +33) 6-8539-6825, vdjesus82@gmail.com, 최현숙 목사)

편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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